한은-KDI, 물가 전망·기준금리 인상 놓고 '시각차'

입력 2021-11-11 16:23
수정 2021-11-11 16:25
한은-KDI, 물가 전망·기준금리 인상 놓고 '시각차'

한은 "높은 물가상승률 지속될 수도…경기는 괜찮으니 기준금리 올려야"

KDI "물가상승 장기화 가능성 낮아…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 저해할 수도"

KDI, 금리인상 가계부채 억제 효과에도 의문…"단기 제어에 한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차지연 김다혜 기자 =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물가와 기준금리 등 주요 경제 현안을 놓고 적지 않은 시각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한은은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 등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상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KDI는 최근 물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면 오히려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 고물가…한은 "지속 가능성 유의" vs KDI "장기화 가능성 낮아"

이주열 한은 총재는 11일 거시경제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글로벌 공급 병목의 영향과 함께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회복기에는 과거 본 적 없는 공급 병목이 나타나면서 생산활동이 제약되고 인플레이션이 확대된 점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보고서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의 국내 파급, 방역체계 개편에 따른 수요 증대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재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2%를 상당폭 넘어서고, 4분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분기(2.6%)보다 높아지면서 올해 연간 상승률도 지난 8월 전망 수준(2.1%)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KDI의 물가 전망은 한은과 비교해 다소 차이가 있다.

KDI는 이날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3%와 1.7%로 제시하면서 "현재 근원물가 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 수준을 고려할 때 요즘의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장기화할 위험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은 장기간 저물가 현상이 있었고 최근 조금 반등했지만 큰 흐름의 전환을 아직 보지 못했다"며 "일시적, 단기적 요인을 생각했을 때 그렇게 빠른 물가 상승이 단기간에 발생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 기준금리 인상…한은 "경기 흐름상 가능" vs KDI "경기 하방압력 될수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두 기관의 견해도 충돌하는 부분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렸지만, 여전히 통화정책이 '완화적' 상태인 만큼 물가와 가계부채, 부동산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12일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회의 직후 "8월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실물경제 상황과 대비하면 통화정책의 실질적 완화 정도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며 "실질 기준금리, 금융상황지수 등 지표로 본 금융 여건은 여전히 완화적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미 국정감사 등에서 "저희(한은)가 보는 경제 예상에 따르면 1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큰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시장은 한은이 내년 초까지 두 차례 정도의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1.25% 수준까지 올려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 경기 흐름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3분기 성장이 글로벌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방역 정책 전환에 힘입어 소비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경기가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카드지출액과 같은 지표를 보면 10월 중순 이후 숙박·음식 등 대면 서비스의 소비 개선세가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KDI는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경우 자칫 경기가 가라앉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KDI는 이날 경제 전망에서 "방역정책과 경제정책 정상화의 연착륙 여부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장 경로가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규제 강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줄 경우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KDI는 앞서 4일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 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도 "금리 인상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동시에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음을 고려해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효과…KDI "한계" vs 한은 "대출 증가세 억제"

KDI는 당시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가계부채 억제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하면서, 오히려 대출자들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0%대 저금리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것은 고금리 상황에서 25bp를 인상하는 것보다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며 "코로나 위기에서 경제주체별로 불균등한 충격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이 취약계층의 채무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금리 인상만으로 민간부채 증가세를 단기간에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경기회복세 저해 등 부작용도 존재하므로 통화정책과 함께 금융 불안 완화에 더욱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거시건전성 정책의 조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의 근거로 가장 먼저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문제를 내세우고 있다.

낮은 금리에 대한 기대가 너무 오래 이어져 대출 등 차입으로 위험 자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뛴 만큼 이제 적정한 수준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한은도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감독당국의 거시건전성 정책 등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의 가계대출 억제 효과 자체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 10일 금융시장 동향 설명회에서 "한은이 8월 기준금리를 올린 뒤 가계대출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는 것도 대출 증가세 억제에 도움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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