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쌍십일 100조 매출 찍었지만 성장세 꺾여(종합2보)

입력 2021-11-12 02:32
수정 2021-11-12 06:10
알리바바 쌍십일 100조 매출 찍었지만 성장세 꺾여(종합2보)

중국서 축제 분위기 사라져…'공동 부유' '6중 전회' 눈치

그럼에도 최고 인기 쇼핑 호스트 '라방' 1억명 시청

타오바오 트래픽 몰려 일시 장애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창업자 마윈(馬雲)의 당국 공개 비판 이후 규제의 집중 표적이 된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업체 알리바바가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11·11 쇼핑 축제(雙11·쌍십일) 기간 100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거래액 기록을 세웠지만 성장세가 급속히 꺾였다.

중국 IT 산업이 '규제의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처음 맞는 쌍십일 행사에서 알리바바를 비롯한 온라인 쇼핑몰들은 마케팅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극도로 몸을 사려 예년 쌍십일 축제 때의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12일 신경보(新京報)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올해 쌍십일 행사 기간 자사 플랫폼에서 이뤄진 거래액이 5천403억 위안(약 99조9천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11월 11일 알리바바가 처음 쌍십일 쇼핑 축제를 시작하고 나서 최대 수준이지만 매년 지속되던 폭발적인 성장세는 급속히 꺾였다.

작년 대비 성장률은 8.4%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의 85.6%보다 급감한 수치다.

알리바바의 쌍십일 쇼핑 축제 거래액은 2017년 1천682억 위안, 2018년 2천135억 위안, 2019년 2천684억 위안, 2020년 4천982억 위안을 기록하는 등 급성장을 이어왔다.

업계에서는 쌍십일 거래액 성장세의 급속한 둔화가 알리바바 등 중국 대형 IT 업체들을 둘러싼 규제 환경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은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 반대'를 빅테크 규제의 주요 명분으로 내걸며 대형 IT 기업들의 양적 확대를 마뜩잖게 바라보고 있어 알리바바가 작년을 넘어서는 거래액 달성에 전력을 다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알리바바는 사세 확장을 상징하는 11·11 쇼핑 축제 매출을 높이기 위해 최근 해외 업체 인수·합병, 행사 기간 연장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왔는데 올해엔 국정 시책에 맞춰 환경보호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앞세우고 외형 부풀리기를 위한 '인위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AFP 통신은 중국 공산당이 '공동 부유'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공격적인 판매와 무분별한 소비주의 행태는 중국 공산당의 눈에 그것(공동 부유)과 배치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쇼핑 축제가 공교롭게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길을 닦는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 폐막일과 겹쳤다는 점에서 알리바바 등이 불필요하게 공산당의 눈 밖에 나는 일을 피하려고 행사가 끝나도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왔다.

알리바바가 올해 행사를 최대한 조용히 치르려고 애쓰는 흔적이 역력했다.

알리바바는 내외신 기자들을 대거 초청해 진행하던 미디어 행사를 취소했고 실시간 매출 정보 공개도 극도로 꺼렸다.

알리바바는 11일 0시부터 45분 동안 애플, 로레알, 화웨이, 훙싱얼커 등 382개 브랜드의 판매량이 1억 위안(약 185억원)을 넘었다는 짤막한 발표만 했다가 이날 행사 최종 마감 이후에야 총 거래액 위주로 비교적 간단한 자료를 공개했다.

예년에는 실시간 매출액 추이를 공개했고 중국 매체들은 새벽부터 이를 경마식으로 앞다퉈 보도하면서 요란한 축제 분위기가 형성됐다.

올해는 중국 관영 매체들도 마치 '보도 자제령'이 내려진 것처럼 쌍십일 쇼핑 축제 동향에 관한 보도를 극도로 자제했다.

과거 11·11 쇼핑 축제 열풍을 자국의 거대한 내수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앞다퉈 선전하던 관영 매체들 가운데 거꾸로 '눈속임 할인' 등을 경고한 곳도 있었다.

당국도 쌍십일 축제를 앞두고 알리바바 등에 '허튼짓'을 말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광둥성 시장감독총국은 최근 알리바바를 포함한 16개 온라인 플랫폼의 광둥성 지역 관계자들을 소집해 행정 지도 회의를 열고 11ㆍ11 쇼핑 축제를 맞아 부당 경쟁을 비롯한 법규 위반 행위를 하지 말도록 요구했다.

다만 예년 같지 않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이날 많은 중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알리바바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를 했다.

한정 할인 제품을 사려는 수요가 가장 집중되는 이날 0시 직후 알리바바의 대표 플랫폼 타오바오에는 너무 많은 고객이 한꺼번에 몰려 고객들의 장바구니가 사라져 보이지 않는 등의 장애 현상이 일시적으로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 쌍십일 행사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가운데서도 라이브 방송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했다.

이날 알리바바의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인 타오바오 라이브(淘寶直播)에서 양대 인기 쇼핑 호스트인 웨이야(薇?)와 리자치(李佳琦)의 방송을 시청한 사람만 해도 각각 1억100만명, 8천515만명에 달했다.

이날 오전까지 이어진 웨이야의 쌍십일 1차 방송에서는 LG생활건강의 1천590 위안(약 29만원) 짜리 '더 히스토리 오브 후' 화장품 세트가 3만4천개 이상 팔리는 등 여러 한국 화장품 제품들도 선전했다.

웨이야와 리자치 두 사람은 올해 쌍십일 판매에서 이미 경이적 기록을 세워 중국에서 화제가 됐다. 11일 판매 실적이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지난달 20일 쌍십일 예약판매 첫날 하루에만 두 사람은 라이브 판매 방송을 통해 총 200억 위안(약 3조7천원) 어치의 물건을 팔았다.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2021년 쌍십일은 '플랫폼 대전'에서 '라이브 방송 대전'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과거 한때 '싱글의 날'이라는 뜻의 '광군제'(光棍節)로도 불렸던 11·11 쇼핑 축제는 2009년 11월 11일 알리바바가 처음 시작해 올해 13회째를 맞는다.

알리바바의 할인 행사가 대성공을 거두자 중국에서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너도나도 같은 기간 할인 경쟁에 뛰어들면서 매년 11월 11일은 중국의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알리바바의 거래액은 중국 전체 11·11 쇼핑 축제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수치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인 소비의 활력을 보여주는 척도로 주목을 받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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