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미얀마 비상사태 우려…로힝야난민 20만명 수용중"

입력 2021-11-11 10:24
말레이 "미얀마 비상사태 우려…로힝야난민 20만명 수용중"

인니-말레이 정상회담 기자회견…가사노동자 보호 약속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가 군부 쿠데타 이후 유혈진압 등 폭력사태가 확산하는 미얀마의 비상사태로 인해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11일 베르나마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는 전날 자카르타 외곽 보고르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말레이시아가 이미 로힝야족 난민 20만명을 수용 중이라며 이런 입장을 밝혔다.

이스마일 총리는 올해 8월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쿠데타에 따른 미얀마 상황도 의제로 다뤘다.

미얀마 군부는 올해 2월 부정선거 등을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켰고, 이후 민주화 시위대 등 시민 1천252명이 숨지고, 약 1만명이 체포됐다.

이스마일 총리는 "말레이시아는 미얀마의 비상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로힝야족 난민과 피난민이 더 늘 것"이라며 "말레이시아는 이미 20만명 이상의 로힝야족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얀마가 안정되면 말레이시아로 오는 로힝야족 난민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은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고민거리다.

미얀마는 불교가 다수인 국가다. 로힝야족 70여만 명은 2017년 8월 말 미얀마군에 쫓겨 방글라데시로 피해 난민촌에 모여 산다.

이들은 국교가 이슬람교인 말레이시아에 가는 것을 목표로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방글라데시 난민촌을 떠나 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항해 중 선박에 문제가 생겨 표류하거나, 말레이시아가 코로나 사태로 밀입국 차단을 위해 해안 경비를 대폭 강화하면서 수개월씩 바다를 떠도는 사례가 속출했다.

인도네시아는 자국 영해에 들어온 로힝야족 난민선을 여러 차례 '인류애적' 차원으로 받아줬다.



한편, 이스마일 총리는 조코위 대통령과 회담에서 말레이시아 내 인도네시아인 가사노동자들의 인권 보호도 약속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지난 9월 인도네시아 정부 항의를 받고 외딴 주택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인도네시아인 가정부를 구출한 바 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내년 초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 발리 공항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서로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경제인 등에게만 무격리 입국을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백신접종 완료자에게 모두 허용할 것인지 등은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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