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아베 반대 속 하야시 임명 강행…정국운영 자신감?(종합)

입력 2021-11-11 14:37
기시다, 아베 반대 속 하야시 임명 강행…정국운영 자신감?(종합)

하야시, 자민당 강경파 공세에 '일중우호의원연맹' 회장 사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자민당의 실세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당 부총재의 반대에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 기용을 강행한 배경이 주목된다.

11일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재가 난색을 보였지만, 강한 의지로 하야시 외무상 임명을 밀어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5일 저녁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재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의 자민당 간사장 임명으로 공석이 된 외무상 자리에 하야시를 기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하야시가 2017년 12월부터 일중(日中)우호의원연맹 회장을 맡은 점을 문제로 삼으면서 "대중 관계에서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아울러 하야시가 참의원 5선이지만, 중의원으로는 지난달 31일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처음 당선된 점도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재가 난색을 보인 이유 중 하나였다.

정치적 맹우인 두 사람은 기시다 총리와의 통화 후 연락을 취해 하야시의 외무상 기용을 찬성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아베·아소의 뜻을 따르지 않고 전날 하야시를 외무상으로 임명했다.

아베·아소의 지지에 힘입어 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기시다는 당 간부 및 각료 인사에서 아베가 실질적인 수장인 호소다(細田)파와 아소가 회장인 아소파를 요직에 대거 기용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가 외무상에 자신이 수장인 고치카이(宏池會·기시다파)의 '넘버2'인 하야시를 기용한 것은 내각 내 파벌 간 균형을 잡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는 진단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속마음을 알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내각에 있으면 좋겠다"고 주위에 말해왔다.

'포스트 기시다' 후보로 자민당의 모테기 간사장(다케시타(竹下)파)이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무조사회장(무파벌)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기시다파 소속의 유력 후보를 내세우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아베·아소가 반대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은 기시다 총리가 중의원 선거 이후 정국 운영에 자신감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31일 총선에서 처음으로 '선거의 얼굴'로 나서 자민당의 승리를 이끌었다.

자민당의 중의원 의석은 종전 대비 15석 줄었지만 '절대 안정 의석'(261석)을 확보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절대 안정 다수는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독점하면서 위원도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의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단독으로 절대 안정 다수를 획득해 (기시다) 정권의 기반을 굳혔다"며 "예상을 넘어서는 승리라는 해석이 많아 이번 (외무상) 인사를 관철할 수 있는 토양이 됐다"고 분석했다.

하야시 외무상의 첫 임무는 기시다 총리가 희망하는 연내 미국 방문 및 미일 정상회담 실현이 될 전망이다.

하야시 외무상은 지난 8일 일본의 위성방송인 BS후지에 출연해 자민당 내에서 자신이 중국과 가까운 것을 우려하는 기류가 있는 것에 대해 "지중파(知中派)라고 해도 좋지만, 아첨파는 아니다"며 "상대를 잘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1일 외무상 취임 후 연 첫 기자회견에서 일중우호의원연맹 회장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외무상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사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다만 중국을 상대로 주장해야 할 것은 의연하게 주장하고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겠다면서도 그것과 병행해 대화를 계속해 공통의 과제들에선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도통신은 하야시의 외무상 기용을 놓고 자민당 내 강경파로부터 정부의 대중(對中) 외교 스탠스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일중우호의원연맹 회장직을 내놓은 것은 그런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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