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서방-벨라루스 갈등 속 전략폭격기 띄워 무력시위

입력 2021-11-11 10:04
러시아, 서방-벨라루스 갈등 속 전략폭격기 띄워 무력시위

러 국방부 "러-벨라루스 연합국 방공체계 점검" 동맹과시

푸틴 기획설 도는 '폴란드 이주민 밀어넣기' 둘러싼 갈등 격화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유럽에서 벨라루스-폴란드 난민 사태의 갈등이 점차 심화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벨라루스 영공에 전략 폭격기를 투입해 두 나라의 동맹 관계를 과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더타임스 등의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장거리 초음속 폭격기 투폴레프 Tu-22M3 2기가 벨라루스 영공을 초계 비행하고, 러시아-벨라루스 연합국가(Union State)의 방공 체계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폭격기는 비행을 마친 후 러시아 공군기지로 복귀했다.

러시아의 이런 조치는 중동·아시아·아프리카 등에서 온 난민들이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 넘어가겠다면서 국경 지대에 임시 캠프를 설치하고 폴란드 국경 수비대와 일촉즉발의 대치를 벌이는 가운데 이뤄졌다.

폴란드와 유럽 국가들은 '유럽 최후의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이런 난민의 이동을 조장하거나 적어도 방조한 것은 아닌지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EU의 강한 제재를 받아온 루카셴코 대통령의 '보복 조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EU는 그러면서 이번 난민 사태가 유럽에 불안을 초래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며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 제재까지 검토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제재에 대한 반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WSJ에 따르면 그는 러시아 언론 '내셔널 디펜스'와의 인터뷰에서 EU를 향해 "당신들이 나와 벨라루스에 제재를 가했다. 그런데도 당신들, 이 악당들, 미치광이들은 내가 이주민들에게서 당신을 보호해주길 원하는가"라고 했다.

또한 더타임스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주민들의 이동에 대해 "마피아 집단의 소행"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조직적이다. 벨라루스는 이 상황의 무대가 되고 있을 뿐이다. 이 상황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체 무슨 관계인가. 루카셴코는 무슨 관계가 있나"라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또한 과거 중동·북아프리카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군사 개입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고도 주장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서방국들이 "리비아와 이라크를 파괴했다"며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대통령 등에 대해 "(서방 국가들이) 그들을 살해했다. 그들은 위대한 사상가였다. 그들을 만났고 가까운 관계였는데 이 쓰레기들이 그냥 그 사람들을 죽여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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