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팅 전 호주 총리 "미국, 亞안보보장 못해…미중분쟁 거리둬야"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미국이 더 이상 아시아의 안보를 보장하는 역할을 할 수 없는 만큼 호주도 대만을 둘러싼 미중 분쟁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현지 정치 원로의 발언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미·중 갈등 상황에서 일관되게 미국 편을 들어온 호주의 기존 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발언이어서 총선을 앞두고 외교노선 논쟁이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이날 폴 키팅 전 총리는 캔버라에서 한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중국은 배척하기에는 너무 크고 중요한 국가라며 미국은 더이상 '아시아의 안보 보장인' 노릇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면서 "호주는 대만의 자주권 유지에 전략적 이익을 갖고 있지 않다"고 전제, 대만을 두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호주는 뉴질랜드·미국과의 앤저스(ANZUS) 안전보장조약에 따른 참전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앤저스 조약은 다른 국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이 침략을 당하는 경우에만 상호방위 의무를 부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키팅 전 총리는 특히 "호주와 대만 사이에는 어떠한 동맹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대만을 두고 벌어지는 미·중 대립에서 거리를 둘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향력 차단을 위해 호주가 미국·영국과 새로 체결한 '오커스(AUKUS)' 군사동맹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키팅 전 총리는 호주가 '오커스' 동맹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중국이라는) 산을 향해 이쑤시개 몇개 던지는 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앞서 호주 정부는 지난달 24일 피터 더턴 국방장관의 스카이 뉴스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호주는 미국과 함께 행동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평소 독설가로 알려진 폴 키팅 전 총리는 1990년대 초반 노동당 정부를 이끌며 '호주의 아시아화와 공화국제 전환 등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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