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등 기저질환자, 유산균 복용 부작용 주의"
"면역력 저하 상태서 유산균이 병원성 세균처럼 작용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권모 씨는 대장암 수술을 받은 75세 아버지에게 유산균 제품을 사다 드렸다. 이를 복용한 권 씨의 아버지는 얼마 후 피부 발진과 구토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검사 결과 세균에 감염돼 전신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패혈증으로 진단됐다.
장 건강 증진을 위해 유산균 등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복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가운데 면역력이 떨어진 암 환자 등은 부작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는 10일 "드물기는 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한 사람에게서 패혈증, 장 허혈, 심내막염 등의 부작용이 보고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후 이전에 없던 증상이 발생하면 먹는 것을 멈추고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유익균을 증식하고 유해균을 억제해 장 건강을 개선하고 전반적인 신체의 면역 증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대부분의 프로바이오틱스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살아있는 균을 섭취하는 것이므로 경우에 따라 드물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지적이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설사, 복통, 복부 팽만감, 구역 및 구토 등과 같은 소화기 증상이다. 간혹 피부 발진이나 가벼운 여드름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부작용이 항암 치료 중인 암 환자,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 심각한 만성질환자에게 나타날 경우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도 있다.
최 교수는 "전립선암과 대장암 환자가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한 후 알레르기성 질환이 발생한 사례가 있고 심내막염, 패혈증과 같이 심각한 합병증이 보고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역력이 크게 저하된 환자는 유산균이 병원성 세균처럼 작용해 느슨해진 점막 장벽을 통해 혈관으로 균이 유입되면서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수술로 소장을 일부 제거했거나 선천적으로 장이 짧은 단장증후군 환자의 경우 유산균이 장내 세균총 변화를 일으키면서 혈액이 세균에 감염되는 균혈증이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급성 췌장염 환자도 유산균을 복용하면 병이 악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복용을 삼가는 게 좋다는 것이 최 교수의 조언이다.
그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인체에 유익할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므로 보조 요법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며 "심각한 기저질환이 있거나 복용 후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는 복용을 중단하고 주치의와 상담한 뒤 복용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살아있는 균이 아닌 죽은 균(사균)을 이용한 포스트바이오틱스의 효과가 보고되고 있는데, 사균은 생균이 가지는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아직은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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