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 의원들 대만방문에 "결연히 반대"…관영매체 "음흉"(종합)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정부는 미국 상·하원 의원 6명의 대만 방문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며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라"고 촉구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의원들의 대만 방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공보(수교시 공동성명 등 양국관계의 3개 중요문서)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대해 외교 경로로 항의한 경우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왕 대변인은 이어 "소수의 대만 독립분자와 외국 정치인들의 졸렬한 연기는 중국 통일 과정의 몇 가지 잡음에 불과하다"며 "대만 독립세력과 결탁하는 것은 위험한 게임으로, 함께 불장난을 하다보면 결국 불에 타 버릴 것"이라고 강도높에 비난했다.
아울러 "중국 통일에 대항하는 모든 도발행위는 왕개미가 나무를 흔드는 일(???樹·비부감수)로 실패로 끝날 운명"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주펑롄(朱鳳蓮)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미국과 대만 지역이 어떠한 형식으로든 정부간 왕래와 군사 연락을 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추가적인 손해만 가져올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 당국이 미국에 의지해 독립을 도모하는 것은 실패가 결정돼 있다"며 "누구든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강력하고 견고한 결심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부연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 의원들이 사전 예고없이, 대만에 일시 기착한 미군 군용기 편으로 방문한 사실을 감안한 듯 "갑작스럽고 음흉하다"고 비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0일자 사설에서 "미국 정치인들이 대만에 도착했는데, 그들이 누구인지 몇 명인지 모른다"며 이같이 비난했다.
신문은 "이것은 미국 의원들의 일반적인 스타일이 아니다"며 "그들은 이번 방문의 악영향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신문은 "미국 경제는 엉망이고 공급망 혼란이 민생에 영향을 미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지금은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만중앙통신(CNA)에 따르면 미국 상·하원 의원들은 9일 오후 대만에 일시 기착한 마닐라발 미군 C-40 '클리퍼' 수송기 편으로 대만을 방문했다. 미국과 대만 당국이 아직 구체적 정보를 내 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다른 대만 매체는 방문 의원 수가 상원의원 4명, 하원의원 2명 등 총 6명이라고 보도했다.
대만 외교부는 이번 방문이 대만 내 미국 대표부 역할을 하는 미국재대만협회(AIT)가 주관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중국 국방부는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난폭한 내정간섭"이라며 "인민해방군은 앞으로 고도의 경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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