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로 알고 키운 야생 여우…이웃 가축 사냥하다 동물원으로
페루서 안데스여우가 허스키로 둔갑 불법거래…야생으로 보내질 예정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페루의 한 가정에서 개인 줄 알고 기르던 야생여우가 집 나간 지 몇 달 만에 당국에 붙잡혔다.
페루 야생동물보호당국은 9일(현지시간) "끈질긴 추적 끝에 안데스 여우 '룬룬'을 구출했다"며 룬룬이 동물원으로 보내져 전문가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여우는 후에 야생으로 돌려보내질 예정이다.
생후 8개월 룬룬의 이야기는 지난 며칠간 페루를 뜨겁게 달궜다.
현지 언론들과 EFE·AFP통신에 따르면 수도 리마에 사는 마리벨 소텔로 가족은 지난 2월 노점에서 50솔(약 1만5천원)에 새끼 룬룬을 샀다. 노점상은 룬룬이 시베리안 허스키 종의 강아지라고 했다.
어린 룬룬은 동네 다른 개들과 잘 어울려 놀았다.
소텔로는 "룬룬이 개 음식을 먹고 강아지처럼 짖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룬룬은 천둥·번개에 놀라 집을 나갔고, 이후 동네를 떠돌아다녔다. 집 나간 룬룬은 동네 닭과 거위, 기니피그를 잡아먹으며 이웃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룬룬은 시베리안 허스키가 아니라 남미에 서식하는 야생 안데스 여우였던 것이다.
마을을 휘젓는 여우 소식이 최근 언론에 보도되면서 당국은 룬룬 생포에 나섰고 전날 밤 마취총을 쏴서 룬룬을 잡았다.
룬룬이 당국과 추격전을 벌이는 동안 페루 언론과 인터넷 사용자들은 여우의 행방을 함께 쫓으며 큰 관심을 보였다.
룬룬은 페루서 만연한 야생동물 밀렵과 불법 거래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웠다.
페루 동물보호당국은 어미를 죽이고 갓 태어난 야생동물을 붙잡아다 암시장에 불법 거래하는 일이 성행한다며, 이는 징역 3∼5년 형에 처해지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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