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난민 위기는 서방 책임"

입력 2021-11-09 23:48
러 외무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난민 위기는 서방 책임"

"중동 등에 서방식 민주주의 강요하려 한 정책이 혼란 불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벨라루스와 유럽연합(EU) 국가인 폴란드 국경 지역에서 벌어진 난민 위기는 근본적으로 서방의 중동 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비난하고 나섰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모든 문제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누구 때문에 일어나는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난민 위기 해결에 대한 주요 책임은 이같은 위기가 발생하게 된 조건을 만든 이들(서방)에게 있다"고 서방을 겨냥했다.

라브로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EU 국가들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이 오랜 기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상대로 추진한 정책이 문제의 근원"이라면서 "서방은 이 국가들에 서방식 민주주의, 스스로 해석하는 방식의 민주주의를 강요하려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서방식 민주주의를 심으려 시도한 소위 서방의 '아랍의 봄' 정책이 해당 지역의 정치적 혼란과 대규모 난민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었다.

라브로프는 "난민들은 벨라루스에 머물고 싶어하지 않고 유럽으로 가고 싶어한다"며 "유럽이 자신들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 난민 위기는 벨라루스에 체류해 오던 수천명의 중동 지역 출신 난민들이 전날 폴란드 국경 지역으로 몰려들어 국경을 넘으려 시도하면서 고조됐다.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일부 난민들은 절단기를 이용해 폴란드 측이 설치한 철조망을 자르려고 시도했고, 폴란드 보안요원들은 최루가스를 분사하며 저지했다.

난민들은 국경 근처에 텐트를 설치하고 월경을 막는 폴란드 보안요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폴란드 측은 경찰과 국경수비대원, 군인 등의 병력과 군용장비들을 증강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측 국경수비대는 난민들이 식수나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임신부나 젖먹이들이 0도 가까운 기온에 땅 위에서 잠을 자야 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벨라루스를 통해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의 EU 국가로 입국을 시도하는 난민은 계속해 증가해 왔다.

특히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3만 명 이상이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을 불법으로 넘으려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폴란드는 벨라루스 접경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난민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폴란드는 국경 수비 병력을 지속해서 늘려 현재 1만2천 명 정도의 군인이 해당 국경에 배치돼 있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대선 부정 의혹으로 서방의 비난을 받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앞서 서방 제재로 벨라루스는 난민 유입을 억제할 자금도 여력도 없다면서 EU가 난민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EU는 벨라루스가 자국을 겨냥한 EU 제재에 보복하려고, 난민들의 유럽행을 방조하거나 고의로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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