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도 안 한 사주 일가에 수십억 급여·고급 리조트 준 대기업
회삿돈으로 리무진 몰고 미술품 재테크…사주동생 회사엔 '통행세'
국세청, 코로나 호황 누리며 탈세한 대기업·사주일가 30명 세무조사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오히려 호황을 맞은 대기업 제조업체인 A사는 출근은 물론, 일한 적이 없는 사주 일가에 연 수십억원의 급여를 지급하고 회사 명의 고급 리조트도 사적으로 제공했다.
사주 아들은 회삿돈 수십억원을 들여 고급 리무진을 몰았고, 사주는 회삿돈으로 고가 미술품을 사들인 뒤 이를 수십억원에 팔아 차익을 챙기고는 소득 신고도 하지 않았다.
A사는 사주 동생 회사인 B사에 광고 대행을 맡겨 B사가 '통행세'를 챙길 수 있도록 했다.
약품 도매업을 하는 C사는 거래처 병원장 자녀 명의로 설립한 D사를 약품 거래에 끼워 넣어 사실상 리베이트와 다름없는 통행세를 줬다.
대기업 그룹 주력 계열사인 E사는 사주 자녀가 설립한 F사를 기존 거래처와의 거래 단계 사이에 끼워 넣어 이익을 몰아줬다.
F사는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책임회사로, 실제 핵심 업무는 E사가 대신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일도 하지 않고 통행세를 챙긴 F사는 E사가 저가로 발행한 사모 전환사채 수십억원을 인수한 뒤 주식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사주 일가의 경영권 편법 승계도 진행했다.
중견기업 G사는 콜옵션(사채매수청구권)이 부여된 전환사채(CB)를 발행한 후 사주 자녀에게 콜옵션을 무상 양도했다.
사주 자녀는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콜옵션을 행사해 CB를 저렴하게 취득하고 주가가 급등하는 시점에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세금을 피하려고 복잡한 '꼼수'로 부를 편법 이전한 것이다.
국세청은 9일 코로나19에도 호황을 누리면서 회삿돈을 사적으로 쓰거나 경영권을 편법 승계한 대기업과 사주 일가, 신종 금융상품 등을 이용해 탈세한 중견기업 관계자 등 불공정 탈세 혐의자 30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30명 중 12명은 정보기술(IT), 부동산, 건설, 제조업 등을 영위하면서 부당한 고액 급여를 받거나 회삿돈으로 슈퍼카·고급 주택을 사들이는 등 사익을 챙긴 탈세 혐의자다.
9명은 '통행세'를 받거나 경영권을 편법 승계한 혐의, 9명은 중견기업 관계자로 대기업 탈세 행태를 모방한 혐의가 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대상 업체들은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이 평균 7천63억원에서 7천514억원으로 6% 이상 증가했으며, 조사대상 업체 사주 일가의 총 재산은 최근 5년 사이에 30% 넘게 늘어 2020년 기준 약 9조3천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들 사주 일가는 시가 84억원의 서울 이태원 단독주택, 시가 26억원의 콘도 회원권, 시가 7억원의 독일산 리무진 등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대기업 사익편취와 부의 편법 승계 등과 관련한 탈세에 대해 최근 4년간 이미 9조원을 추징한 바 있다.
해외 유학 중인 사주 자녀에 가짜 급여를 지급하거나 계열사 상장 직전 사주 자녀가 주식을 취득하게 해 차익을 편법 증여한 사례, 사주가 자녀 소유 주택에 전세로 거주하는 것처럼 허위 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자녀에게 무상 제공한 사례 등이 있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도 대기업과 사주 일가의 사익 편취 등을 엄정하게 조사하고, 증빙자료 조작이나 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로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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