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부총리, '설화' 에어캐나다 CEO에 "프랑스어 배워라" 주문
"퀘벡서 영어로만 살 수 있다" 발언 물의 빚자 "실적평가에 반영" 요구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의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자국 최대 항공사 에어캐나다 최고 경영자(CEO)에게 프랑스어를 배울 것을 이례적으로 주문했다.
프리랜드 부총리는 8일(현지시간) 에어캐나다 이사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마이클 루소 CEO의 연례 실적 평가에 그의 프랑스어 실력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서한에서 프리랜드 부총리는 "루소 CEO의 프랑스어 소통 능력 향상 정도가 경영 실적 목표의 하나로 포함돼야 한다"고 제시하고 다른 고위 경영진의 승진에도 프랑스어 실력을 반영할 것을 이사회에 주문했다.
프리랜드 부총리는 현 자유당 정부의 2인자로 민간 항공사에 대한 정부 고위층의 이 같은 발언은 이례적이라고 CBC 방송이 설명했다.
루소 CEO는 지난주 퀘벡주 몬트리올의 한 경제 행사에서 영어로만 연설하고 이어진 회견에서 "퀘벡에서 사는 데 프랑스어를 쓰지 않아도 지장이 없다"고 발언, 물의를 빚었다.
캐나다는 영어와 함께 프랑스어를 법정 공용어로 지정하고 있으며 항공사를 포함한 주요 교통 운송 업체는 두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공용어법의 적용 대상이다.
또 에어캐나다의 본사가 있는 몬트리올은 프랑스계가 정치·정서적 주류인 퀘벡주의 대표적 도시로 캐나다 내 영어 사용권 지역과 전통적으로 예민한 긴장 관계가 있다.
당시 루소 CEO의 발언이 알려지자 퀘벡을 기반으로 하는 블록퀘벡당 등 지역 정치권이 즉각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발끈했다.
결국 그는 사과하면서 "프랑스어 실력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다시 블록퀘벡당은 에어캐나다에 지원되는 정부의 항공 보조금 삭감을 주장했고 제1야당 보수당도 복수 공용어 정책의 존중을 강조하며 루소 CEO를 재차 겨냥했다.
에어캐나다는 예전 공기업에서 민간 기업으로 탈바꿈했으나 현재 정부는 이 회사의 지분 6%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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