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메르켈…"난민 문제, 독일 국민 모두가 해냈죠"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와 인터뷰서 술회
"퇴임하면 정치 안 해…푹 자고 책 읽을 것"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네, 우리는 해냈습니다. 제가 아니라 '우리'가 한 것이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5년 시리아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들었을 때 "우리는 해낼 수 있다"라며 독일 국민을 설득하고 그들을 받아들였다.
퇴임하는 메르켈 총리는 7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와 인터뷰에서 그 당시를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16년간 독일 총리로 재직하며 어려웠던 과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와 함께 2015년 난민 유입을 꼽았다.
그는 "모든 것이 잘 되지는 않았지만, 독일이 많은 난민을 받아들여 그들이 이제는 영주권을 얻고서 독일에서 직장을 얻어 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선 성공적이었다"라고 자평했다.
"맞아요, 우리가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해낸 것이죠. 그것이 가능하게 도운 많은 지자체장과 자원봉사자 등 독일 국민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들의 새로운 친구와 이웃, 직장 동료를 돕는 독일 국민 덕분이라고 메르켈 총리는 강조했다.
메르켈은 "유럽연합(EU)에 난민 정책을 관장할 수 있는 통일된 체계가 구축돼야 하며, 난민을 돕고 난민을 발생시키는 근본 원인을 없애기 위해 난민 발생국과 난민이 처음 입국하는 국가간 자체 통제 시스템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메르켈은 '난민 사태(Crisis)'라는 표현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메르켈은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기후변화 대응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대해 그는 "우방국들과 탄소 배출 절감에 적극 나선 것에 대해 보람을 느끼며, 특히 독일은 다른 국가에 비해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고 언급하면서도 "우리는 앞서가는 산업 국가로서 새로운 기술과 과학력으로 다른 나라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메르켈은 "환경보호론자들은 이런저런 것들을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결국 독일의 정치 시스템에선 입법에는 다수의 동의가 필요하다"라며 "환경 문제에 대한 많은 사회적 기대치가 있었고 저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물이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많은 결과물이 나왔지만 젊은이들이 느끼기엔 여전히 느린 대응으로 비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EU 국가간 협상을 주도하며 '타협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은 데 대해 "물론 저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죠"라고 웃은 메르켈은 "언제나 대화나 협상을 하기 전에 열린 마음으로 임하려 했다"고 말했다.
앞서 10월 22일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가 "메르켈 총리가 여러 차례 회원국 간 마라톤협상에서 늘 회원국을 단합시켰다"며 그를 타협 제조기라고 불러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나와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라도 해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야 한다"라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면 어떤 해결책도 찾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퇴임 이후 정치에는 전혀 개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퇴임한 이후 정치적인 분쟁을 일으키는 골칫거리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다"라며 "이미 저는 총리로서 16년간 그런 일을 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장 총리직을 떠나서 하고 싶은 일로는 잠을 푹 자고 책을 읽는 것이라고 메르켈은 덧붙였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