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장도 성적표도 필요없다…美기업들, 구인난에 채용조건 완화
학력·경력 안따지고 마약 조회도 안해…5년간 고졸이하 일자리 140만개↑ 관측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역대급 구인난에 시달리는 미국의 기업들이 학력과 경력 등 채용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용제품 소매업체인 더바디샵은 구직자들에 대한 학력 요건과 신원조회 절차를 철폐했다.
미국의 실업률이 3.6%에 머무르던 지난 2019년 이 회사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포리스트의 물류센터에서 계절노동자(연중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계절적 사업에 고용된 근로자)를 뽑을 때 새 채용 절차를 시범 도입했다.
채용 과정에서 학력과 경력을 묻지 않기로 한 것은 물론 신원조회와 마약검사 절차까지 없앤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한 지난해 더바디샵은 이른바 '열린 채용'을 모든 신입 계절노동자 선발 절차에 확대 적용했다.
올해 들어서는 9월 중순 현재 소매, 창고 분야의 일반 신입사원 733명도 열린 채용 방식으로 선발했다.
신입 채용 때 이 회사가 구직자들에게 물어본 질문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자격이 있느냐'와 '25파운드(11.3㎏)의 무게를 들 수 있느냐' 밖에 없었다.
대형 약국체인 CVS헬스는 올해부터 대부분의 신입사원 채용에서 고교 졸업장 제시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대졸 구직자의 경우에는 평균 학점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제프 랙키 CVS 인력 담당 부사장은 WSJ에 "필요가 없는 요건이라면 없애야 한다"면서 "높은 학점이 항상 우수한 업무 성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그런 자격 요건을 활용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기업들의 자격 요건 완화로 수백만 구직자가 과거에는 지원조차 할 수 없었던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됐다고 WSJ은 전했다.
노동시장 분석업체 EMSI에 따르면 현 상황이 계속될 경우 앞으로 5년 동안 대학을 나오지 않은 구직자에게 140만 개의 일자리가 더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2019년 1월까지만 해도 보험 영업사원 채용광고의 42%가 대졸 이상 학력을 필수 조건으로 내걸었으나, 올해 9월에는 그 비율이 26%로 떨어졌다.
경쟁사들에 인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채용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기업들도 많다.
패밀리레스토랑 올리브가든의 모회사인 다든레스토랑은 올해부터 구직자가 신청 5분 만에 면접 약속을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일부 직종에 대해 즉석 채용을 시행 중이다.
연말 성수기를 앞둔 대형 물류회사 UPS는 채용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종전 2주에서 30분 이내로 대폭 단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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