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 속 역대급 퇴직…올해 시중은행서 최소 4천명 떠날 듯
희망퇴직 급증…"씨티 소매 철수, 비대면 전환, 인사 적체 등 겹쳐"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유아 오주현 기자 = 가계대출 증가 등에 힘입어 올해 시중은행들의 이익이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역설적으로 희망퇴직을 통해 은행을 떠나는 인력 규모도 역대급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 결정뿐 아니라 비대면 금융 전환에 따른 점포·인력 축소, 늘어난 이익을 바탕으로 예년보다 좋아진 희망퇴직 조건, '인생 2막' 설계를 서두르는 추세 등이 뒤섞인 결과다.
◇ SC제일은행 500명 희망퇴직…씨티은행 10일까지 신청
7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이 지난달 8일부터 15일까지 특별퇴직(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약 500명이 자원해 같은 달 29일자로 은행을 떠났다.
SC제일은행은 인력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임금피크제에 해당하거나 임박한 직원, 경력 전환을 구상하는 직원 등을 상대로 1년에 한 번 특별퇴직을 진행해왔다.
최근 수년간 특별퇴직자 수는 ▲ 2015년 962명 ▲ 2019년 154명 ▲ 2020년 29명으로, 2015년 이후 6년 만에 올해 가장 많은 직원이 특별퇴직을 선택했다.
소매금융 부문의 공식 철수를 발표한 한국씨티은행도 지난달 28일부터 소매금융뿐 아니라 기업금융 부문 직원 등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접수가 오는 10일까지 2주간 이어질 예정인데, 은행권에서는 현재 3천400여명인 씨티은행 직원 가운데 소매금융 인력을 중심으로 최소 절반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이미 씨티은행 노사가 합의한 희망퇴직 조건이 나쁘지 않아 희망퇴직에 응하는 직원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합의 조건에 따르면 근속기간 만 3년 이상 정규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최대 7억원 한도 안에서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만큼(최장 7년) 기본급의 100%를 특별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퇴직자에게는 창업·전직 지원금 2천500만원도 추가 지급된다.
◇ KB 희망퇴직자 2배로…신한 첫 '한해 두 차례' 희망퇴직
국내 시중은행에서도 최근 희망퇴직자가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1월 30일자로 무려 800명이 희망퇴직했다. 2020년(462명), 2019년(613명)보다 수 백명 이상 많고, 2018년(407명)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신한은행은 올해 이례적으로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각 220명, 130명씩 모두 350명이 짐을 쌌다.
한 해 두 번의 희망퇴직은 신한은행 사상 처음이고, 결과적으로 희망퇴직자 수도 2018년(700여명) 이후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에서도 지난 1월 말 468명이 희망퇴직 형태로 나갔다. 2020년(326명)과 비교해 1년 사이 140명 이상 늘었다.
올해 이미 3개 국내 시중은행과 SC제일은행에서만 2천100여명이 스스로 떠났고, 씨티은행 직원의 약 절반만 희망퇴직에 응해도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일자리를 포기하는 주요 은행 직원이 한해 약 4천명에 이르는 셈이다.
하나은행의 희망퇴직자도 2019년 369명(임금피크 277명·준정년 92명)에서 지난해 574명(임금피크 240명·준정년 334명)으로 크게 불었고, 오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올해 희망퇴직 신청이 시작되면 작년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 퇴직금 등 조건 좋아지고 40대도 대상…"두번째 인생 빨리 준비"
이처럼 은행권에서 희망퇴직자 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전반적으로 과거와 비교해 퇴직 조건이 유리해진데다 대상 직원 범위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올해 특별퇴직(희망퇴직)자는 직위·연령·근속기간에 따라 최대 6억원까지 36∼60개월분(월 고정급 기준)의 특별퇴직금을 받았다. 지난해 산정 기준(최대 38개월)과 비교하면, 많게는 수 억원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희망퇴직 대상자는 1965생부터 1973년생까지로, 지난해(1964∼1967년생)보다 대상이 크게 늘어 40대 직원도 신청이 가능했다.
KB국민은행은 희망퇴직자에게 23∼35개월치 급여와 함께 학자금(학기당 350만원·최대 8학기) 또는 작년보다 600만원 많은 재취업지원금(최대 3천400만원)을 지급했다. 아울러 건강검진 지원(본인과 배우자), 퇴직 1년 이후 재고용(계약직) 기회 등도 약속했다.
신한은행은 희망퇴직자에게는 연차와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의 특별퇴직금을 줬다.
은행에 따라, 근무 기간과 직급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부지점장급 인력이 희망퇴직하면 특별퇴직금까지 더해 4억∼5억원 정도를 받는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로 인력 수요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인만큼, 희망퇴직 조건을 개선해서라도 인력 과잉 상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집계에 따르면 국내은행 점포(지점과 출장소)는 ▲ 2018년 23개 ▲ 2019년 57개 ▲ 2020년 304개 ▲ 2021년 상반기 79개 줄었다.
가계대출 급증과 금리 상승에 따른 예대 마진 확대 등으로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이 기대되는만큼, 은행은 직원들에게 우호적인 희망퇴직 조건을 제공할 여력도 있다.
과거보다 희망퇴직에 대한 직원들의 수요도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지점장(부장급)은 물론 부지점장(부부장급)도 못 달고 임금피크를 맞아 차장으로 퇴직해야 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그럴 바에야 50대 초반, 40대 후반에라도 빨리 나가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직원들이 노조를 통해 희망퇴직 대상 확대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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