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의 인간관계' 저술 인류학자 나카네 지에 별세

입력 2021-11-06 09:05
수정 2021-11-06 09:06
'일본사회의 인간관계' 저술 인류학자 나카네 지에 별세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사회의 특징을 명쾌하게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는 스테디셀러 '일본사회의 인간관계'(한국어판 제목, 일본어판 제명:タテ社の人間係) 저자로 유명한 여성 사회인류학자 나카네 지에(中根千枝) 도쿄대 명예교수가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12일 도쿄 시나가와(品川)의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노쇠로 숨을 거뒀다.



도쿄대에서 티베트 역사를 연구한 고인은 1953년 인도 유학길에 올라 티베트 국경 지대와 네팔을 홀로 답사하면서 연구활동을 해 일본에서 화제의 인물이 됐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문명과 사회 관계를 고찰한 '미개의 얼굴·문명의 얼굴'(未開の顔文明の顔)을 출간해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고인이 1967년 내놓은 대표 저작인 '일본사회의 인간관계'는 인도 및 서양 사회와의 비교를 통해 회사나 가정이라는 '공간'(場)을 중시하고 연차와 서열 등에 의한 '종적'(縱的·세로·タテ)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일본 사회의 구조적 특징을 다룬다.

일본에서 100만 부 이상 팔린 이 책은 미국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과 함께 일본 사회를 통찰한 대표적인 저서로 자리매김하면서 이후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됐다.

고인은 1946년 여성에게 문호를 연 도쿄대에 이듬해 입학해 1970년 첫 도쿄대 여성 교수로 취임하는 등 보수적인 일본 학계에서 선구적인 여성 연구자로 활약했다.

많은 저서를 남긴 고인은 만년에도 연구활동을 계속해 2019년 현대 일본을 고찰하는 '다테사회와 현대일본'(タテ社と現代日本)을 출간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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