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 탈레반 세력 인터뷰] "한국·아프간인 같은 가치 공유"

입력 2021-11-06 07:25
[반(反) 탈레반 세력 인터뷰] "한국·아프간인 같은 가치 공유"

NRF, "한국 정부, 탈레반 인정 말아야…1년이면 탈레반 무너질 것"



(서울=연합뉴스) 윤우성 기자 =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에 맞서 무장 저항활동을 벌이고 있는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이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의 지지를 호소하고 한국 정부가 탈레반을 통치 세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는 국내 언론 최초로 지난 8월 탈레반의 문화위원회(Cultural Commission) 소속 간부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데 이어 반(反) 탈레반 저항 세력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 대변인 알리 나자리(Ali Nazary)와 지난 4일 약 1시간 15분에 걸쳐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자리는 현재 미국에 머물며 NRF의 대변인 겸 외무담당으로 활동하면서 미국 등 서방권 정부를 상대로 지지와 지원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민·전 아프간 정부 군경 잔존 세력 등으로 구성된 NRF는 현재 아프간 북부 산악 지역에서 탈레반을 상대로 무장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나자리와의 일문일답.

-- 한국 독자들을 위해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에 관해 이야기해달라. 당신들은 누구고, 왜 탈레반과 싸우고,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나.

▲ 우리 NRF는 1970년대 소련의 침공에 맞서 아프간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아흐마드 샤 마수드 장군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 사령관이 이끄는 북부동맹의 후신이다. 지난 8월 아프간 정부 붕괴 이후 탈레반에 맞서 무장저항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는 아프간인들의 자유와 정의, 평등,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다. 또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에 맞서 싸운다. 또 다민족·다종교 국가인 아프간은 연방제가 적합하다고 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 최근 국제사회가 탈레반을 아프간의 합법적 정부로 인정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 탈레반은 테러리스트 집단이자 범죄·마약 조직이다. 당장 2주 전 탈레반은 지난 20년간 수천 명의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자살폭탄 테러범들의 가족을 카불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불러 자살폭탄 테러범들을 기렸다. 탈레반은 정부 조직을 구성할 능력도, 안정적인 국가를 만들 의사도 없다. 게다가 탈레반은 파키스탄에 조종당하는 괴뢰 정권이다. 아프간인들을 대표하지 않는 탈레반을 국제사회가 인정해서는 안 된다.

-- 탈레반은 이슬람국가 호라산(IS-K) 등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집단과 탈레반이 다르다고 주장하는데

▲ 탈레반은 알카에다를 비롯해 여러 테러 집단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IS-K와도 사상적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데, IS-K는 '칼리프 국가'를, 탈레반은 '에미리트'를 원한다는 명칭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탈레반이나 IS-K나 '지하드'(성전)을 통해 아프간 국경 밖으로 극단 이슬람주의를 수출하길 원한다. 민간인 대상 자살폭탄테러, 암살 등 실제 테러 행위도 저지른다.

-- 미국과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고려하고 있는데.

▲ 아프간은 현재 전례 없는 인도주의적 재난에 직면해있다.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전국적으로 제대로 구호물자가 배분될 수 있도록 직접 개입해야 한다. 탈레반을 통해 지원하면 자금난을 겪는 탈레반의 이익을 위해 구호물자가 이용될 것이다. 국제기구 직원들이 직접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구호물자를 분배하고, 기자들이 이들과 동행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NRF도 적극적으로 돕겠다.

-- 탈레반은 지난 8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교류와 경제협력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내년 아프간에 지원할 예산 231억(1천900만 달러)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탈레반의 고위 지도층은 여전히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제재가 적용된 인물들이다. 이런 인사들이 이끄는 테러조직 탈레반에 1천900만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조치는 국제적인 테러리즘을 키우는 결과만 불러올 것이다.

--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아프간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 국제사회가 탈레반을 용인하면 테러리즘이 확산할 것이다. 한국이 위치한 동아시아 지역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프간과 아프간인들을 크게 도왔던 한국과 같은 나라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탈레반에 대항하는 역할을 수행해주면 큰 힘이 될 것이다.

-- 탈레반 내부 속사정은 어떤가. 탈레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믿나.

▲ 탈레반은 각 분파와 파벌들이 권력을 위해 경쟁하는 조직이다. 통일된 지도력이 없고, 권력다툼 속에서 서로 간의 무력 충돌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보수적으로 봐도 1년 이내에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고 본다.

-- NRF 저항활동의 전황은 어떤가.

▲ NRF가 탄약, 의약품 등의 물자난에 직면한 틈을 타 탈레반이 노획한 미군 장비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저항의 본거지 판지셰르 지역의 주도(州都)를 장악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의 60%에 달하는 골짜기 지류는 전혀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판지셰르 밖 북부의 5개 주(州)에 걸쳐 우리 병력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NRF가 게릴라전에서 성과를 거두고 탈레반이 민중으로부터 민심을 잃어감에 따라 NRF에 합류하는 이들의 수가 계속 늘고 있다. 현재 전황은 유리하다.

-- 현재 탈레반 정권에서 중국과 파키스탄의 역할은 무엇인가.

▲ 파키스탄은 1990년대부터 계속해서 탈레반을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탈레반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에 이어 탈레반의 가장 가까운 우군이다. 중국은 탈레반을 지원함으로써 서구 민주주의를 손상하고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노리고 있다.

-- 많은 한국인이 아프간 정부 붕괴 이후 NRF의 저항에 대해 사회관계망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지지를 보냈는데.

▲ 매우 감사하다. 한국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한국과 NRF는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 우리는 압제와 테러리즘, 전체주의에 맞서 싸우며, 민주주의, 인권을 위해 싸운다. 한국인들과 같다. 아프간과 한국 사이에는 수천㎞의 거리가 있음에도 우리는 같은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소식에 힘이 난다.

--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아프간이 만들어졌을 때 한국과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과 같은 국가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때가 오면 직접 한국을 방문해 다시 한번 이런 인터뷰를 하고 싶다. 한국인들의 지지와 격려에 감사한 마음이다.

65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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