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외신기자 46% "언론자유 후퇴에 떠나는 것 고려"
홍콩외신기자클럽 홍콩보안법 관련 첫 설문…84% "취재환경 악화"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일하는 외신기자의 약 절반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후 홍콩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홍콩외신기자클럽(HKFCC)은 5일 홍콩보안법과 관련해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46%가 홍콩보안법 시행 후 언론자유의 후퇴를 이유로 홍콩을 떠날 계획을 이미 세웠거나 떠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 56%는 홍콩보안법 시행 후 어느 정도는 민감한 주제에 대한 보도를 피하거나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84%는 취재환경이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86%는 민감한 주제와 관련해 취재원들이 언급을 회피하거나 인용을 거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48%는 특정 사진이나 영상이 홍콩보안법을 위반하는지 여부를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홍콩 당국이 추진 중인 '가짜 뉴스법'에 대해서는 91%가 "매우 우려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디지털이나 신체적 감시, 비자 취득의 어려움, 변화하는 '레드라인'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한 응답자는 "홍콩에서는 현재 레드라인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도 모르기 때문에 중국보다 언론보도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콩외신기자클럽은 지난 8∼10월 기자회원 396명에 질문지를 보내 99명으로부터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키스 리츠버그 홍콩외신기자클럽 회장은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이번 조사는 홍콩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우려가 증가함에 따라 진행됐다"며 "향후 이같은 조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해 회원들 간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허브인 홍콩은 수십년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아래 국제 언론사들의 아시아 본부로 자리매김해왔다.
홍콩 매체들도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양성을 과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30일 홍콩보안법 시행 직후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홍콩 내 취재 활동에 제약이 생겼다면서 홍콩 사무소 일부를 서울로 이전한다고 발표했고, 올해 6월에는 홍콩 유일의 반중 일간지 빈과일보가 당국의 압박 속 폐간했다.
홍콩 당국은 이후 한때 '홍콩의 BBC'라는 평가를 받아온 공영방송 RTHK 손보기에 들어갔고, 홍콩기자클럽(HKJA)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정치적 견해를 주입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회원명단과 자금 출처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RTHK에서 10년 넘게 영어 시사대담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활약해온 언론인 스티브 바인스는 지난 8월 "홍콩을 휩쓰는 백색테러를 피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난 사실을 사후 공개했으며, 같은 달 홍콩 인터넷 매체 단전매(端傳媒)는 "홍콩의 언론의 자유가 쇠퇴하고 있다"며 싱가포르 이전을 발표했다.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는 지난 7월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을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약탈자'(predators) 명단에 올리면서 "람 장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꼭두각시임이 증명됐으며, 그는 이제 공공연히 언론에 대한 시 주석의 약탈적인 방식을 지지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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