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투자 철회' 네덜란드 연기금 "변화의지 보이면 결정 재고"

입력 2021-11-07 07:00
'한전 투자 철회' 네덜란드 연기금 "변화의지 보이면 결정 재고"

821조원 굴리는 APG "석탄 이어 석유·가스 관련 주식·채권도 매각"

해외 기관투자자들과 한국 정부에 서한 "해외 신규 석탄발전 중단하라"



(글래스고[영국]=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한국전력 등이 변화하면 투자철회 결정을 재고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의 클라우디아 크루즈 글로벌 책임 투자 및 거버넌스 부문 대표는 2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이처럼 말했다.

APG는 네덜란드 연금(ABP)에서 분리 설립된 자산운용사로 자산운용 규모가 약 6천억유로(821조원)다.

크루즈 대표는 "지난해 한전을 포함해 신규 석탄발전소를 계속 짓는 세계 8개 회사에 투자하지 않기로 하고 지분을 모두 매각했는데, 만약 한전을 포함해 이 기업들이 변화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면 우리도 결정을 재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크루즈 대표는 "우리 고객인 네덜란드 연금(ABP)이 포트폴리오에서 석탄과 샌드오일을 없애기로 결의한 데 따른 조치"라고 말했다.

APG는 한전 투자철회에서 그치지 않고 올해 8월에는 한국 정부에 민간 석탄발전소 건설에 관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보냈다.

이어 10월에는 탄소중립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도 명확하고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탈탄소 경로를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엔 총 운용자산 규모 5조8천억유로(약 8천조원)에 달하는 다른 해외 연기금들이 서명했다.



크루즈 대표는 "ABP가 10월 말엔 석탄을 넘어 석유와 가스까지 포함해 화석연료 생산업체 주식과 채권투자를 중단하고 자산을 매각한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과 기업, 즉 수요측과 각 정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후위기로부터 장기 투자자산을 보호하라는 압력에 대응하려는 조치로, 매각 대상 자산 규모가 150억유로(약 21조원)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크루즈 대표는 "APG나 모기업인 ABP가 장기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자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기업뿐 아니라 각국 정부와도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연금 가입자인 네덜란드 국민이 석탄발전 기업 투자철회 등의 결정을 강력히 지지했다"며 "우리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행동하라는 압박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박유경 APG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 총괄이사는 "네덜란드 등 유럽의 연금이나 연금자산운용사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지 않으면 가입자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한다"고 설명했다.

크루즈 대표는 "APG 자체도 '네덜란드 기후 협약'에 따라 내년에 기후대응을 위한 새로운 탄소중립 목표와 이행계획을 발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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