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깨진 유리천장'…교황, 바티칸 행정 책임자에 첫 여성 임명(종합)

입력 2021-11-05 02:57
'또 깨진 유리천장'…교황, 바티칸 행정 책임자에 첫 여성 임명(종합)

프란치스코회 페트리니 수녀, 행정부 사무총장 맡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시국 행정을 총괄하는 직책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임명했다.

교황은 4일(현지시간) 바티칸 행정부 사무총장에 프란치스코 수도회 소속 라파엘라 페트리니(52) 수녀를 임명했다고 교황청이 밝혔다.

이탈리아 로마 태생인 페트리니 수녀는 로마 소재 루이스(LUISS)대학과 교황청립 성토마스 아퀴나스(안젤리쿰) 대학에서 각각 수학했다.

2005년부터 교황청의 해외 선교 업무를 주관하는 인류복음화성에서 봉직하면서 동시에 성토마스 아퀴나스 대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바티칸 조직 서열상 이인자에 해당하는 행정부 사무총장은 바티칸의 명목상 수장인 행정원장을 보좌해 행정 사무를 총괄하는 보직이다. 행정부원장으로도 불린다.

연간 6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바티칸 박물관을 포함한 관공서 운영을 책임진다.

행정부 사무총장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주교가 이 보직을 맡아온 점을 고려해도 이례적인 발탁 인사다.

가톨릭교회 내 여성의 권한 및 지위 향상을 강조해온 교황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교황은 그동안 교회 내 주요 직책에 지속해서 여성을 등용해왔다.

지난 2월 가톨릭교회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 사무국장에 프랑스의 나탈리 베라크(52) 수녀를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시노드 사무국장은 주교와 함께 안건 투표에 참여할 권한을 갖는다. 베라크 수녀는 50년 시노드 역사상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첫 여성으로 기록됐다.

교황은 작년 8월 교황청 재정을 감독하는 재무평의회(15명) 인사에서 추기경·주교 8명 외에 평신도 몫인 7명 중 6명을 여성으로 교체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교황청 외무차관과 부대변인, 바티칸 박물관장 등도 여성이 맡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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