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인질로 잡혀있다 풀려났는데…다시 말리로 향한 프랑스 여성
비자 발급 거부당하자 불법으로 국경 넘어…"말리가 내 집이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 "무책임하다…프랑스군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아프리카 말리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납치를 당하고 4년 만에 풀려난 프랑스 여성 소피 페트로냉(76)이 다시 말리로 돌아갔다.
페트로냉은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다 2016년 12월 무장세력에게 붙잡혀 2020년 10월 석방된 '지구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프랑스인 인질'이었다.
석방 후 스위스에서 아들과 함께 지낸 페트로냉은 좀처럼 유럽에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5개월 만에 귀환을 결정했다고 BFM 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트로냉은 스위스 주재 말리 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비자가 필요 없는 세네갈 다카르를 거쳐 지난 3월 말리에 들어갔다.
말리뿐만 아니라 프랑스 정부도 페트로냉이 말리로 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았기 때문에 페트로냉은 아들과 함께 세네갈로 휴가를 떠나는 척을 했다.
다카르에서부터는 오토바이, 버스, 택시 등을 이용해가며 1천300㎞를 이동해 말리 수도 바마코에 도착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페트로냉이 현재 말리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아탈 대변인은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인질로 잡히면 우리 군인들은 목숨을 걸고 그들을 구하러 간다"며 "병사 중 일부는 인질을 구하는 작전을 수행하다 목숨을 잃는다"고 말했다.
페트로냉은 AFP 통신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곳이 나의 집인데 도대체 무엇이 무책임하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페트로냉과 함께 지낸 프랑스 언론인 앙토니 푸샤르는 프랑스앵포 방송과 인터뷰에서 페트로냉이 말리에서 입양했으나 데려오지 못한 딸을 보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푸샤르는 "수년 전 산악 사고로 아들을 잃은 페트로냉은 다시는 유럽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며 "그는 자신이 원했던 곳에서 삶을 끝내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페트로냉은 현재 부르키나파소와 국경을 접한 시카소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말리 당국은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그의 소재를 뒤쫓고 있다.
말리 경찰 관계자는 페트로냉이 머무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카소 지역에는 무장단체가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에 우려가 된다고 설명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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