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과 갈라선 김범수, 옛 이재웅 회사 품고 다시 역전

입력 2021-11-04 18:14
이해진과 갈라선 김범수, 옛 이재웅 회사 품고 다시 역전

포털·플랫폼업계 3대 거물 창업자들의 합종연횡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카카오[035720]가 4일 발표한 올해 3분기 매출이 네이버 매출을 넘어서면서 김범수(55) 현 카카오 의장, 이해진(54) 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이재웅(53) 전 쏘카 대표의 경쟁과 합종연횡의 역사에 또 한 번 지형 변화가 일어났다.

20여년에 걸친 이들의 협력과 경쟁은 대한민국 인터넷 비즈니스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은 서울대 공대 동기이며 삼성SDS 입사 동기다.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이 GIO와 산업공학과 출신인 김 의장은 각각 KAIST와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1992년 삼성SDS에 나란히 입사했다.

둘 중 먼저 창업 전선에 나선 것은 김 의장이다. 김 의장은 1998년 삼성SDS에서 나와 게임업체 한게임을 창업했다.

이 GIO는 1997년에 삼성SDS 사내벤처로 네이버를 만들었다가 1999년 6월 별도 법인 네이버컴으로 독립했다.

김 의장의 한게임은 인터넷 고스톱이 인기를 얻으면서 사용자를 늘렸고 유료화 정착에도 성공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한게임만으로도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김 의장은 2000년 과감히 이해진의 네이버컴과 합병을 결단한다.



이렇게 이 GIO와 김 의장은 동업자가 됐다.

한게임과 네이버가 2000∼2001년 정식으로 NHN이라는 한 회사로 새 출발을 하고 김범수·이해진 공동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업계에 대규모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한게임 사용자가 네이버에 유입되는 효과로 네이버는 일취월장했다.

이 때부터 이재웅 전 대표의 다음은 NHN에 밀리기 시작해 불과 몇 년만에 포털 최강자의 자리를 내줬다.

1995년 설립된 다음은 한메일, 카페, 미디어다음, 검색 등으로 국내 인터넷 초기 트렌드를 주도했다. 당시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계 포털 야후, 라이코스, 엠에스엔(MSN)도 한국에서는 다음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NHN이 검색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면서 다음은 경쟁에서 뒤지기 시작했다. 2003년을 전후해 국내 포털업계 1-2위는 'NHN-다음'으로 바뀌었고, 당시 핵심 사업이던 검색 등에서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2006년께부터는 NHN이 독주 체제를 굳혔다.

NHN은 2004년 초 김범수가 단독 대표이사(CEO)를, 이해진은 이사회 의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는 체제로 전환했으며, 그 해 말부터는 최휘영 국내 사업 CEO와 김범수 해외 담당 CEO가 각자대표를 맡았다.

이어 NHN은 2007년 1월부터 최휘영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고, 이와 함께 김범수는 미국법인인 NHN USA의 대표이사로 옮겼다가 그 해 9월에 사임했다.

NHN을 떠난 김 의장은 3년간 재충전 끝에 2010년 모바일 기반 카카오톡을 들고 나왔고,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2006년 설립했던 아이위랩을 통해 준비한 야심작이었다.

PC에 안주했던 네이버도 뒤늦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출시했으나 적어도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이 이미 선점한 시장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어제의 동지'가 적이 돼 만난 메신저 맞대결에서 김 의장이 이 GIO에게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이 GIO는 2013년 NHN의 게임사업부문 분리를 결정하고 2014년 네이버와 NHN의 상호 지분도 정리했다. 이로써 네이버와 현 NHN은 완전히 분리된 회사가 됐다.

2014년 김 의장이 '한 때 동업자'(네이버)의 '한 때 경쟁자'였으나 상당히 큰 격차로 뒤져 있던 다음과 합병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충격파가 상당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김 의장이 2000년 4∼5위권이던 네이버와 합병을 결단했듯 이번에도 안정보다 도전을 택한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해 우회상장한 이후 지금까지 7년간 기업광고, 선물하기 등 상거래 부문은 물론이고 모빌리티(이동), 간편결제·자산관리 서비스, 콘텐츠까지 발을 넓혔다.

네이버는 검색관련 영역인 '서치플랫폼' 매출과 쇼핑 등 커머스(상거래) 매출이 여전히 전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나, 핀테크와 콘텐츠 사업도 꾸준히 확장해 왔다.

양사 모두 해외 사업도 왕성하게 벌이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에서 카카오가 1조7천408억원으로 네이버의 1조7천273억원을 누르면서 다시 한번 역전이 이뤄졌다.

이재웅 대표는 '한메일'과 '카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다음이라는 회사를 2014년 카카오에 넘겨준 후 새로운 도전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2018년 차량공유 서비스 쏘카의 대표이자 최대주주로 사업 일선에 복귀했으며 커플용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비트윈' 개발사인 VCNC를 인수·합병했다.

이어 대형차 호출 서비스 '타다'를 내놓으면서 규제당국과 마찰을 빚고 택시업계에 충격파를 일으켰으나, 동시에 국내 스타트업계와 이용자들의 성원을 받기도 했다.

그는 결국 작년 3월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린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계기로 "어찌 되었든 저는 졌다"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현재도 국내외 스타트업에 소신 있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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