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이퍼링에 금리 오르면 빚 늘린 가계·기업 부담 가중 우려
한국 경제 영향은 제한적일 듯…"예견된 일, 급격한 조정 없을 것"
"자금유출보단 금리상승이 문제"…취약 신흥국 흔들리면 수출 악영향 가능성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이보배 김다혜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단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일 수 있으나 '예고된 결정'이기에 변동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금리 인상 압박이 강해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과정에서 부채가 늘어난 가계와 한계기업 등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 주가·환율 변동있겠지만 '제한적 영향' 전망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매달 1천2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온 연준은 이번 달 150억달러의 채권 매입을 줄이고, 다음 달에는 여기에 150억달러의 채권 매입을 추가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미국 테이퍼링으로 충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충격의 정도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일단은 어느 정도 예상하던 상황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도 "예견된 일이기에 급격한 조정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환율이 올라가겠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시각도 전문가들과 비슷하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무리 없이 소화되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 금리 오르면 서민·중소기업 부담 가중…신흥국 불안도 변수
다만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국내 금리 인상 압박이 강해지면 빚을 늘려 온 가계와 기업 부담은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처럼 테이퍼링으로 달러 강세가 돼 신흥국이 자금 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나타나기보다는 금리 상승 부담에 대한 노출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등으로 부채가 증가한 국내 가계 부담이 늘어날 수 있고 이자보상배율이 높지 않은 기업군들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규철 실장도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서 가계의 채무 부담이나 기업 자금조달 비용 등이 올라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위기 과정에서 부채를 늘린 서민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특히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야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등에 뛰어들었던 청년층도 부담을 떠안게 될 우려가 있다.
대외 여건 변화에 취약한 신흥국들이 자금 유출로 크게 불안해질 경우 한국으로 위험이 전염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백신 접종이 늦어지고 있는 일부 신흥국들은 미국 테이퍼링으로 타격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브라질 등이 불안하고 중국도 부동산 버블로 테이퍼링 영향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신흥국이 흔들리면 한국의 금융시장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수출에도 악영향이 생길 여지가 있다.
이억원 차관은 "중국의 헝다그룹 및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 등과 같은 리스크 요인이 중첩될 경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 전개 상황과 주요 통화당국의 동향, 글로벌 경제의 흐름 등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필요하면 신속히 시장 안정에 나설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 태세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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