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수집한 사진 지워라"…호주, 美안면인식기업 규제

입력 2021-11-04 08:45
수정 2021-11-04 08:47
"몰래 수집한 사진 지워라"…호주, 美안면인식기업 규제

호주 당국, '프라이버시 침해' 판단…생체정보 수집 중단·자료 파기 명령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호주 개인정보 보호기관이 안면 인식 기술을 토대로 개인 정보를 수집하던 미국 스타트업의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개인정보 보호 담당 기관인 호주정보청(OAIC)은 미국 기업 클리어뷰 AI에 호주 국민과 관련해 안면 인식 정보 등 생체 정보 수집을 멈추고 모은 자료를 파기하라고 명령했다.

앤젤린 포크 OAIC 청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안면 인식 기술로 호주 국민의 개인정보를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 끌어 모은 클리어뷰 AI의 활동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민감한 정보를 은밀히 수집해왔던 해당 회사의 작업은 부당하고, 선을 넘은 일"이라며 "이런 작업에는 취약 집단인 아이들이나 범죄 피해자를 포함해 개인에게 중대한 해악을 끼칠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호주 정보보호청(OAIC)은 작년 7월 영국 정보 기관과 함께 클리어뷰 AI의 개인정보 침해 여부에 대한 공동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클리어뷰 AI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나 여러 웹사이트에서 30억 건이 넘는 얼굴 이미지 정보를 상대방의 동의 없이 수집, 이를 DB로 구축해 계약사에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클리어뷰 AI 측은 이날 OAIC의 결정에 항소할 것이며, 호주 기관인 OAIC가 자사의 정책을 강제할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관인지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클리어뷰 AI는 자사가 호주에서 서비스되지 않으며 고객 가운데 호주 국민도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클리어뷰 AI가 연방 경찰 등 일부 호주 경찰 기관에 자사 기술의 시험판을 제공했으며, 관련 조사가 들어온 이후 이를 중단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클리어뷰 최고경영자(CE0)인 호안 똔-땃은 성명을 발표, 법 집행기관이 악랄한 범죄를 해결하는 일을 도울 수 있는 자사의 기술 가치를 호주 당국이 잘못 해석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호주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의 규제 당국은 클리어뷰 AI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작년 7월 클리어뷰 AI는 개인정보 보호기관의 조사가 시작된 캐나다에서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작년 6월에는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위원회(EDPB)도 이 회사의 안면인식 정보 수집 방법이 유럽에서는 불법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글과 유튜브, 트위터 등 빅테크 기업 역시 안면 인식 정보 무단수집 정지를 요구하는 서한을 클리어뷰 AI에 보내기도 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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