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털이식 종합검사 정상화 기대" vs "금융사 황제경영 심화"
금감원장 '종합검사 대수술' 추진에 금융업계·시민단체 엇갈린 평가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김유아 기자 =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3일 예고한 종합검사 등 금융회사 검사 체계 '대수술' 방향은 금융권, 특히 5대 금융지주의 요구에 호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정 원장은 금융지주와 간담회에서 금감원 검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있다고 공개하고, 검사 체계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정비하겠다고 예고했다.
정 원장은 "금융회사의 규모, 영위 업무의 복잡성 등 금융권역별 특성에 맞게 검사의 주기, 범위, 방식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며 "저축은행 등 지주 소속 소규모 금융사에 대해서는 지주회사의 자체적인 관리능력을 고려해 검사 주기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종합검사는 2015년 진웅섭 전 금감원장 당시 금융사 자율성 확대를 기치로 단계적으로 폐지됐다가 2018년 소비자 보호를 내건 윤석헌 전 금감원장 때 부활했다.
지난 3년간 금융업권은 종합검사가 적발을 목적으로 한 '먼지털이식' 조사로 운영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회사에 지나친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자율을 훼손하고 금융회사를 '적폐'로 모는 시대착오적 관치 금융으로 규정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윤석헌 전 원장 당시 금감원은 시장을 적폐로 보고, 사법적 판단이 끝난 것까지 다시 꺼내는 등 무리한 감독을 강행했다"며 "종합검사를 부활한 것은 금융회사의 자료를 다 털어서 일종의 별건 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의심했다.
금융권은 이날 정 원장의 종합검사 개편 예고 후 폐지 또는 축소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당국의 감독 역할이 중요하지만 먼지털이식으로 하는 검사보다는 사후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며 정 원장이 이날 예고한 검사 개편 추진 방향을 "전근대적인 종합검사의 정상화"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진보 성향 금융소비자단체는 종합검사 폐지 또는 축소가 재벌을 능가하는 금융지주의 '황제경영'에 대한 견제 수단이 소멸하는 것으로 보고, 결국 소비자 피해 또는 손해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지주가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자체 조사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으나 당국 조사에서 심각한 실태가 드러난 걸 상기해보라"며 "4∼5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오는 종합검사마저 폐지되거나 약해진다면 금융지주 경영진의 전횡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5년 종합검사를 폐지한 후 사모펀드 사태가 잇따랐고 소비자 피해가 양산했는데도 금융당국은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종합감사가 '종이호랑이'가 됐다는 말이 있는데 이제 '종이 고양이'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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