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에서 이렇게 들어왔습니다…'태국 무격리 입국기'
PCR·코로나 보험 가입·호텔 숙박 등 수 십만원…"그래도 격리없어 좋아요"
입국장서 호텔 일일이 확인하고 차량으로 안내…1박?2박? 호텔마다 달라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과거에는 2주 격리를 하다가 이렇게 격리 없이 태국에 들어올 수 있어 너무 좋네요"
지난 1일부터 태국은 한국을 비롯해 63개국에서 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들을 대상으로 무격리 입국을 시행 중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첫날 방콕 수완나품 공항 입국객 3천여명 중 2천300명가량이 외국인이었다.
'관광 대국', '미소의 나라' 태국을 방문하기 위해서 2주 격리를 감수해야 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무격리 입국은 코로나19에 지친 한국민에게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무격리 입국을 위해서는 미리 살펴야 할 조건이 있다.
백신 접종 완료는 기본이다.
코로나19 감염시 치료비로 5만 달러(약 5천900만원)가 보장되는 보험도 가입해야 한다.
출발 72시간 내 실시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증명서 제출도 필요하다.
또 태국에 도착해서도 PCR 검사를 한 번 더 실시해야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호텔에서 최소 하루 머물러야 한다.
이렇다 보니 태국을 찾고 싶은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무격리 입국이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기본비용이 얼마나 드는지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
특히 밤늦은 시간에 도착하는 한국발 항공편 특성상 PCR 검사가 늦게 이뤄지면 호텔에서 이틀을 머물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궁금증 해소를 위해 연합뉴스는 태국 '무격리 입국'을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태국 현지에서 근무하는 국내 기업 주재원인 박용운(46)씨는 무격리 입국 첫날인 1일 오후 10시30분께 대한항공 편으로 수완나품 공항에 내렸다.
항공기에서 내리자마자 개인보호장비(PPE)를 착용한 보건 당국 관계자들이 나와 승객들에게 입국 관련 서류 준비 여부를 확인했다.
승객들은 체온감지기가 작동하는 구역을 지나 입국심사대에 도착했다.
박씨는 주한국 태국대사관에서 받은 입국증명서(COE)를 제출했다.
이미 COE를 발급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1일부터는 '타일랜드 패스'(Thailand Pass) 시스템(https://tp.consular.go.th) 등록을 해야 입국이 가능하다.
박씨는 COE와 함께 백신접종 증명서와 PCR 음성 증명서 등을 제출했다.
그는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입국 수속에 1시간이 채 안 걸렸다"고 말했다. 도착이 밤늦은 시간이어서 상대적으로 입국객이 적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입국장을 나가자 이번에는 PPE를 입은 이들이 박씨의 이름과 예약 호텔을 확인했다. 이 중 한 명은 박씨를 데리고 청사 바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박씨가 머물 호텔로 향할 차량이 대기 중이었다.
박씨는 일행이 없어 승용차에 혼자 타고 호텔로 향했다.
주차장에는 밴도 여러 대 대기하고 있어, 일행이 있는 이들을 위한 것으로 보였다고 박씨는 전했다.
박씨는 자정께 시내 중심부 수쿰윗 거리에 있는 그랜드 센터포인트 호텔에 도착했다. 병원 로비에 PPE 차림의 병원 관계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씨는 곧장 PCR 검사를 한 뒤 호텔 방으로 올라갔다.
그는 "인근 병원에서 온 관계자들이 PCR 검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호텔 측은 같은 날(2일) 낮 12시가 조금 넘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검사 결과는 오후 3시 30분이 돼서야 나왔다.
박씨는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집으로 향했다.
과거 14일간의 격리에 비해서는 적지만, 무격리 입국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다.
출발 72시간 이내 PCR 검사에 14만원이 들었다.
보험은 현재는 5만 달러 보장으로 바뀌었지만, COE 신청 당시에는 10만 달러(약 1억1천750만원) 보장보험 증명서를 제출해야 해서 태국 보험회사에서 판매하는 1년 기한 가장 저렴한 상품을 1만5천밧(약 52만원)에 가입했다.
호텔 예약에는 6천200밧(약 22만원)이 들었다. PCR 검사 및 공항에서 호텔까지의 차량 이용료도 포함돼 있다.
박씨는 "애초 10만 달러 보장 및 기한 1년짜리 상품을 한국에서 알아보니 130만원 하는 곳도 있었다"고 전했다.
관광객이 아닌 주재원 생활을 하는 박씨는 무격리 입국을 위해 약 88만원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험의 경우, 무격리 입국이 시작되면서 5만 달러 보장으로 '하향 조정'돼 일반 관광객들은 해당 비용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와 호텔 숙박에서 박씨와 다른 경우도 있었다.
무격리 입국 이틀째인 2일 밤 기자는 수완나품 공항을 찾았다.
대한항공 편으로 입국한 황모(32.교사)씨는 두툼한 여행 가방 5개를 카트에 싣고 입국장 주변에서 자신이 묵을 호텔 차량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씨는 관광과 여행을 하러 태국을 찾았다면서, 5개월가량 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애초 10월 둘째주에 태국에 올 계획이었지만, 11월부터 무격리 입국이 예상된다는 보도가 나오자 방문을 이날로 미뤘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그러나 주한 태국 대사관에 신청한 COE가 출발 하루 전인 1일에야 나오는 바람에 자칫 여행이 무산될 뻔했다고도 했다.
황씨 역시 입국 수속에는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3월 태국에 왔을 때에는 2주간 격리를 해야 해서 답답했다. 이번에는 격리가 없어져 너무 좋다"고 말했다.
황씨 역시 한국 내 PCR 검사 비용이 13만원으로 박씨와 비슷했다.
보험 비용의 경우, 3개월 유효 기간에 5만 달러가 보장되는 상품 가입에 13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대행사를 통해 가입해 저렴했다. 태국에서도 가입 가능한 보험이 있어서 첫 3개월은 13만원 상품으로 가입하고, 나머지 2개월은 태국 현지 보험에 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PCR 검사를 위한 호텔 체류의 경우, 2박으로 예약이 돼 차이를 보였다.
그는 "자정이 넘어 도착하는 만큼, PCR 검사는 3일 오전 또는 오후에 해야 하고, 그 경우 검사 결과가 다음 날 나와서 이틀을 묵어야 한다고 호텔측에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호텔 숙박 요금은 확실치 않다고 그는 전했다.
애초 2주 격리 예약을 하며 지불한 금액 중 PCR 검사·호텔 수송비를 포함해 2박 요금을 제한 뒤 환불받기로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그가 묵는 호텔은 방콕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병원 직원 파견이 어려워 특히나 황씨처럼 새벽에 도착한 승객은 PCR 검사를 바로 받지 못해 이틀을 숙박애햐 할 경우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황씨는 호텔에서 이틀 머문 뒤 북부 관광지인 치앙마이로 이동할 예정이다.
PCR 검사 결과를 통보받기 위해 1박을 할지, 2박을 할지는 이들 경우처럼 호텔 사정에 따라 다른 것으로 보인다.
방콕의 한 유명 호텔 관계자는 손님들이 호텔에서 2박을 하는데 반발할 수 있음을 고려해 공항에서 바로 병원에 들러 차에 탄 채 '드라이브 스루'로 PCR 검사를 한 뒤 손님들을 데리고 와 숙박하게 했다고 연합뉴스측에 전했다.
입국장 주변에서 호텔 관계자를 기다리던 현지 교민 김지욱(51.건설업)씨는 보험료 문제를 이야기했다.
김씨는 현재 파타야에서 살면서 사업 문제로 두 달에 한번 쯤은 한국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COE 신청 당시 10만 달러 보장으로 1년 기한 보험 상품을 한국에서 알아보니 190만원이나 달라고 해 태국 보험사에서 가장 저렴한 1만5천 밧(약 52만원) 상품에 가입했다"면서 "보험 대행사들이 너무 횡포를 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부 보험사는 출발일을 기준으로 효력을 발휘해 당장 두 달 뒤 한국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때 다시 보험을 들어야 하는지도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14일 격리가 없어져서 다행이다. 최근 '푸껫 샌드박스'로 태국에 들어왔을 때에는 14일간 호텔 비용은 비용대로, 생활비는 생활비대로 들었다"고 전했다.
푸껫 샌드박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의 격리를 면제하지만, 14일간은 푸껫에 머물러야 하는 제도다.
김씨는 호텔에서 하루 머문 뒤 파타야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무격리 태국 입국'을 누리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태국 호텔 업계도 당분간 한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기는 힘들 걸로 보고 있다.
방콕 한 유명호텔의 A 임원은 연합뉴스에 "태국에 정말로 오고 싶어 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한국 관광객들은 입국에 제약이 거의 없는 괌이나 사이판 등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올해 말까지 태국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기업체 출장자들은 이전보다 많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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