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기후회의서 대놓고 후쿠시마 홍보하는 일본

입력 2021-11-02 07:45
수정 2021-11-02 12:02
[르포] 기후회의서 대놓고 후쿠시마 홍보하는 일본



(글래스고[영국]=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세계인이 기후위기 해법을 찾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모인 자리에 일본은 2011년 대지진 피해를 겪은 후쿠시마를 전면에 내세웠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는 1일(현지시간) 국가·단체 홍보관이 설치됐는데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일본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관에서도 가장 앞에 있는 것이 후쿠시마 홍보물이다.

모니터에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건물 내부가 흔들리는 등의 영상이 나오고 아래에는 '후쿠시마에 관한 질문에 답을 하겠다'는 내용의 안내판이 있다.



예시로 들어간 질문들은 "현재 후쿠시마는 어떤가", "환경 복원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앞으로 후쿠시마에 어떤 변화가 벌어질까" 등이 있다.

옆에는 '후쿠시마 지나간 10년, 후쿠시마 다음 단계'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있다. 안내문은 대지진 당시 원전 폭발 사고로 인한 후쿠시마 오염 제거와 환경 복원 사업을 전대미문의 규모로 수행했다고 말한 뒤 갑자기 후쿠시마현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을 소개한다.

한쪽엔 벚꽃이 예쁘게 핀 성의 풍경과 탐스러운 복숭아 사진이 눈길을 끈다.

행사에 참여하면 후쿠시마에서 온 선물을 준다고 돼 있다.



일본관과 멀지 않은 곳에는 '기후를 위한 원전'(Nuclear for climate)이라는 원전 관련 단체의 부스가 설치돼 있다.

이들은 거대한 노란색 풍선 곰을 두고 작은 곰 젤리 크기의 우라늄이면 탄소 1t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홍보했다.

영국과 브라질의 원전 관련 기술자라는 자원봉사자들은 원전이 깨끗한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폐기물 처리와 관련해서 묻자 아직 방안을 찾고 있다며 목소리가 작아졌다.



한국관은 청사초롱 무늬를 활용해서 꾸며놨지만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만 그렇다고 주목 받기는 부담스러운 한국의 처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기후 피해를 널리 알려야 하는 국가들은 부스에 공을 들인 티가 역력했다. 폭우 등으로 저지대 홍수 피해가 많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나 해수면 상승으로 기후난민이 될 처지인 투발루 등이 대표적이다.

COP26은 31일 개막했지만 이날 정상회의와 함께 홍보관 등도 문을 열면서 본격 시작됐다.

이날 입장에는 1시간 넘게 소요됐다. 필리핀에서 온 수사들, 미국 보스턴에서 온 에너지 효율 연구자, 체코에서 온 글로벌 탄소세 운동가들, 아프리카 빈곤문제 단체 직원, 한국의 지자체 공무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빽빽이 붙어서 대기했다.

행사장 안에도 식당이나 카페마다 줄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등 참가자가 매우 많아서 다들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코로나19 방역이 잘 지켜질까 우려가 됐다.



시간이 지나자 화장실은 지저분하고 휴지가 떨어진 상태로 방치되기도 했다. 재사용 병에 물을 담아 마실 수 있도록 커다란 플라스틱 생수통이 곳곳에 비치돼있지만 깨끗이 관리하는지는 의문이었다.

회의장 주변엔 환경을 위해 차가운 물만 나오게 했지만 홍보관 주변엔 뜨거운 물만 나오기도 하는 등 행사 진행에 미숙함도 보였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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