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참패한 북마케도니아 총리 사임…'EU 가입' 꼬일듯

입력 2021-11-01 19:12
지방선거 참패한 북마케도니아 총리 사임…'EU 가입' 꼬일듯

2019년 이어 두 번째 자진 사임…"조기 총선은 반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발칸반도 소국 북마케도니아의 조란 자에브 총리가 자신이 속한 정당이 지방선거에서 패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자에브 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수도 스코페에 있는 사회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리직 사임을 발표했다고 로이터·AFP 통신 등이 전했다.

이는 주말에 치러진 지방선거 판세 예측에서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이 민족주의 계열 국내혁명기구(VMRO)가 이끄는 야권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공식적인 선거 결과는 1일 발표될 예정이나 출구조사 등을 토대로 보면 사회민주당의 참패는 기정사실화돼 있다.

자에브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 참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 총리와 사회민주당 당수직을 함께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조기 총선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법상 총선 없이도 새로운 총리 선출과 정부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여론 지형을 확인한 야권은 정국 파행을 막기 위해선 조기 총선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2017년 처음 총리직에 취임한 자에브는 재임 기간 국가 명운을 걸고 북마케도니아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해왔다.



이웃한 그리스가 국호를 문제 삼아 계속해서 EU 가입을 좌절시키자 2019년 국호를 바꾸기까지 했다.

인구 208만 명의 북마케도니아는 1991년 옛 유고 연방에서 독립한 이래 마케도니아라는 국명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이 알렉산더 대왕의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 중심지였던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서 나왔다며 국호를 인정하지 않아 갈등을 빚었다.

자에브 총리는 국호를 바꾼 직후인 2019년 10월 EU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신규 가입 협상 개시안이 좌절되자 재신임을 묻겠다며 총리직 사임과 함께 조기 총선 실시라는 승부수를 던졌고, 작년 7월 총선에서 승리하며 재집권했다.

이번 지방선거 참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의 경기 침체, 미진한 경제·사회부문 개혁, 답보 상태의 EU 가입 협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친 EU파인 자에브 총리의 사임으로 최대 현안인 북마케도니아의 EU 가입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에브 총리의 사임과 새 총리 선출 일정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총리가 자진 사임하려면 의회 표결을 거쳐야 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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