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대생 유튜브 부적절 언행…"예비의사 미디어교육 필요"
고려대 의학교육학교실 연구 "의대생, 의사 수준 전문직업성 갖춰야"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일부 의대생 유튜브 영상에 담긴 성희롱, 환자 비하, 욕설 등을 지적하며 '예비 의사'들을 위한 소셜 미디어 사용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연구논문이 영문으로 발간되는 대한의학회지(JKMS)에 실렸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의 이영미·박현미 교수와 의사 이정민씨 등은 이 논문을 JKMS 최근호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3월 14일부터 4월 25일까지 유튜브에 한국 의대생들이 올린 영상 7만154건 중 조회수가 1천건을 초과하고 음성이 10초 이상 나오는 79건을 추려 분석했다.
분석 대상의 20%에 해당하는 16건에서 '의학 전문직업성'에 문제가 있는 장면이 나왔다. 의학 전문직업성이란 환자와 사회의 관계에서 전문직으로서 실천해야 할 직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연구진은 유튜브 영상에서 문제가 된 의대생들의 행동을 ▲ 학습 관련 부적절 행동 ▲ 타인에 대한 존중 결여 ▲ 자기 인식 부족 등 3가지 주제로 분류했다.
'학습 관련 부적절 행동'은 다른 유형에 비해 심각성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일반 대학생 유튜브 영상과 마찬가지로 무단결석을 하거나 주변 친구에게 수업을 빠지라고 부추기는 식이다. 한 본과 4학년생은 "환자 수가 늘어나면 실습이 어려워진다. 끔찍하다, 싫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에 해당하는 성희롱, 환자비하, 욕설 등은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일부 의대생은 여성을 상품으로 지칭하며 성적으로 비하했다. 또 중얼거리는 사람에게 '발작 환자처럼 보인다'고 한 비하 사례도 있었다. 욕설 사용은 너무 다양해서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지만 신체적 비하 유형의 단어들이 많이 포함됐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자기인식의 부족'으로 분류되는 영상에는 "이 시험이 심장학 시험만큼 어렵다면, 나는 절벽 아래로 뛰어내려서 자살할 거다"라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교신저자인 박현미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영상에 대해 "죽고 싶다"는 말이 관용구처럼 쓰인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조회수가 1천건이 넘는 영상인 만큼 (자살 고위험군 등) 위험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 시청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의대생의 절대다수는 의사가 되기 때문에 대중과 환자들은 의대생을 전문 의료인과 다를 바 없이 인식한다"며 의대생들은 학부 때부터 의료인으로서의 전문 직업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 행사라고도 볼 수 있는 '회색지대' 행동들은 무조건 금지하지 말고, 예비의료인의 올바른 유튜브 사용 가이드라인 개발과 교육을 통해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예비 의료인들의 올바른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사용 등 미디어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