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미국 원칙 유지…대만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할 것"
바이든 '대만 방어' 발언 확인하려는 집요한 앵커에 원론적 입장만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대만이 공격을 받을 경우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3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대만관계법(TRA)에 따라 대만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앵커가 최근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을 뒤흔든 '대만 방어' 발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명확히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볼티모어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한 뒤 "우리는 그렇게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오랫동안 유지된 '전략적 모호성'에 변화를 선언한 것이 아니며 미국의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수습에 나섰다.
인터뷰에서 앵커가 이와 관련한 정부의 확실한 입장을 묻자 블링컨 장관은 직답 없이 대만과 관련해 자국 입장은 그대로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대만 관련) 우리 정책에 바뀐 점은 없다"며 "미국은 TRA에 따라 대만이 자국 방어 수단을 확보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지지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과 관련해 그 누구도 일방적으로 현 상태를 방해하려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 점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앵커가 "그 발언이 정확히 어떤 뜻인지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느냐"며 "대만이 공격당했을 때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이냐? 예 또는 아니오로 명확히 답해줄 수 있느냐"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린 TRA에 따라 우리 책무에 단호히 전념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확실한 답변은 피했다.
여기에 앵커가 "대통령은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지금 장관님은 이걸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맞냐"고 마지막 질문을 한 뒤 이에 블링컨 장관이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이 자국 방어 수단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입장을 오래 견지해왔다"고 답하고 나서야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하면서 '대만관계법'을 제정, 대만에 방어 무기를 제공하고 중국의 침공 등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실제로 군사개입을 할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원칙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대만 방어' 입장을 표출하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대만 내 미군 존재를 인정하면서 양국 동맹이 전면 부각되자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날 로마에서 열린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대만과 관련한 양국의 인식차는 계속됐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서로 상대측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은 대만을 향한 중국의 잇따른 고강도 무력 시위를 염두에 둔 듯 '현상을 변경하는 어떠한 일방적 조치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왕 부장은 미국이 독립 성향의 대만 민진당을 적극 지지함으로써 '하나의 중국' 원칙 합의라는 '현상'을 변경하려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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