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영·프랑스 어업 분쟁…얼굴 또 붉힌 양국 정상(종합2보)
G20 비공개 만남에도 입장차…영 "48시간 내 물러서지 않으면 법적 조치"
"영불 갈등, COP26도 악영향" 우려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영국과 프랑스 정상이 어업권 분쟁을 놓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비공개로 만나기까지 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BBC 등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30분간 비공개 회동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어업 분쟁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겼고 회담 이후에는 전혀 다른 입장을 발표하며 장외 신경전을 이어갔다.
회담 후 프랑스 측에서 먼저 입장이 나왔다.
프랑스 관계자는 양국 정상이 회담 초반에는 어업 분쟁과 관련한 날 선 발언을 주고받았으나 이후 화해를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양국 정상의 공동 목표는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었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상호 존중을 기대한다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양측은 분쟁 완화를 위해 이후 몇 시간 동안 소통을 이어나가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또 양국 정상이 함께 갈등 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합의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존슨 총리 대변인은 양국간 그 어떤 조치도 합의된 것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프랑스 측의 발표를 반박했다.
총리의 대변인은 회담 직후 "존슨 총리는 프랑스 정부가 발언 수위를 낮추고 협박을 철회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며 "프랑스가 최근에 한 협박을 철회하는 것은 프랑스에 달린 것"이라며 압박했다.
이튿날 영국은 프랑스에 48시간 이내에 물러서지 않을 경우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협정에 따라 법적 조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은 1일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영불해협과 영국 어업에 완전 터무니없는 위협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철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럽연합(EU)과 맺은 협정의 절차에 따라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국은 지난달 외국선박 어업권을 대거 축소했다.
이에 반발한 프랑스는 2일까지 자국 선박에 어업권을 주지 않으면 영국 어선이 프랑스의 항구에 정박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또 회담에서 존슨 총리가 프랑스 총리의 발언을 비롯해 최근 프랑스 정부가 내놓는 발언 수위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가 지난 29일 EU가 잔류보다 탈퇴를 선택한 영국에 그에 따른 손실이 더 크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언급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발언에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브렉시트 보좌관은 크게 반발했고 존슨 총리도 프랑스의 공세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회담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이 문제가 프랑스와 영국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EU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갈등 해결을 위한 공이 영국 측으로 넘어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이 사태로 양국 간 불신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G20 정상회의 전에도 상대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주고 받으면서 어업 분쟁을 둘러싼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처럼 선진국이 힘을 모아야 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직전까지 영국과 프랑스의 줄다리기가 계속되자 양국 갈등이 COP26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명 학자와 환경단체는 양국이 갈등을 즉각 중단하고 더 중요한 문제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기후변화 위험성을 경고한 2006년 '스턴 보고서'로 유명한 니콜라스 스턴 런던정경대 교수는 양국이 비교적 사소한 문제에서 다투기보다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스턴 교수는 "과거 양국 정상은 정치적 대립 속에서도 기후변화와 관련해 협력한 역사가 있다"며 "양국은 기후변화에 관해 중국과 협력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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