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철강관세 분쟁 합의 임박"…한국 대미수출 악재 우려(종합)
로이터 "저율관세할당 방식…분쟁 이전 대미 무관세 물량 상당부분 회복"
한국보다 수출 여건 유리해질 가능성…당국자 "미측과 협의 필요"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오랜 무역 분쟁 대상인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문제 해결에 대한 합의안을 이번 주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의 쿼터제를 적용받는 한국의 철강 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로이터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전제하며 이같이 전했다.
이 합의안은 EU 국가들이 매년 330만t의 철강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되 이를 넘어선 물량엔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다만 이전에도 관세가 면제됐던 일부 품목은 무관세 지위가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까지 포함할 경우 EU 철강업계가 내년에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은 430만t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무역관세 부과 이전에 EU가 미국에 수출한 물량 500만t을 거의 회복하는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00억 달러 이상의 수출에 대한 관세가 제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3월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 정책은 EU와 중국, 일본에 적용됐다.
이에 EU는 같은 해 6월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할리 데이비드슨 오토바이 등 미국을 상징하는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로 맞대응했다.
당시 미국은 관세를 피하려면 쿼터제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는데, 한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택해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로이터는 이번 합의가 철강에 대한 232조 적용을 유지하되 유럽산 제품의 상당 부분을 적용 대상에서 면제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보도대로라면 미국과 EU가 TRQ 방식의 합의를 할 경우 EU가 한국보다 유리한 수출 조건을 가질 수 있다.
한국은 평균 물량의 70% 이상을 수출할 길 자체가 막혀 있지만, EU는 330만t을 무관세로 수출하고 그 이상 물량에 대해서도 일정한 관세를 내면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지난 25~27일 미국을 방문해 미측과 논의한 통상 현안 중에 철강 관세 문제가 포함됐다는 관측을 낳았다.
미국과 EU의 분쟁 해결 가능성이 거론되는 와중에 한국도 미국의 동맹국인 만큼 232조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최소한 EU와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고 주문했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한 한국 당국자는 "양측 합의 시 EU의 대미 철강 수출이 늘 수 있고 상대적으로 한국의 경쟁 여건이 불리해질 수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미국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EU의 철강관세 분쟁이 해결되면 트럼프 행정부 때 만들어진 양측의 갈등 사안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하나 더 해소되는 것이다.
지난 6월 미국과 EU는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을 둘러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양측이 상호 부과했던 보복 관세 적용을 5년간 유예하는 데 합의했다.
EU는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의 디지털 기업에 일명 '구글세' 부과를 추진했지만, 글로벌 최저법인세율 등을 포함한 디지털세 부과 합의가 도출되자 이를 중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철강관세 합의가 유대 복원을 약속한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이후 동맹 간 중요한 관계개선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이탈리아의 주요20개국 정상회의, 영국의 제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 참석을 위해 유럽을 순방 중이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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