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영국 신뢰성 의문" vs 존슨 "프랑스 협정 위반 가능성"(종합)

입력 2021-10-31 01:27
마크롱 "영국 신뢰성 의문" vs 존슨 "프랑스 협정 위반 가능성"(종합)

G20 양자회담 앞두고 언론인터뷰로 신경전…영-프 어업 분쟁 격화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어업권을 둘러싸고 분쟁을 빚어온 프랑스와 영국 정상이 대면을 앞두고 장외 신경전을 벌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30일(현지시간)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31일 '짧은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

프랑스가 르아브르 인근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했다며 영국 어선을 나포하고, 영국은 프랑스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와중에 양국 정상이 마주하는 것이다.

사실 영국과 프랑스 경제에서 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해양 국가로서 양측에 모두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마크롱 대통령은 존슨 총리와의 만남을 앞두고 영국 유력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를 하고 지금까지 영국이 보여온 행동으로는 영국을 신뢰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조약 협상에 수년을 보내놓고 몇 달 뒤 자신에게 가장 맞지 않는 부분에서 반대로 행동한다면 신뢰성 측면에서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이 보여주는 행동은 비단 유럽연합(EU)뿐만 아니라 영국과 함께 일하는 다른 모든 나라에도 보내는 신호라며 영국에 "실수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에 맞불이라도 놓듯 존슨 총리는 로마에 도착해서 영국 스카이뉴스 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만약 프랑스가 협정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영국의 이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존슨 총리는 영국과 EU가 체결한 무역협력협정(TCA)에서 분쟁 조정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이번 사태가 무역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존슨 총리는 "그러나 모두가 유럽 동맹국 간 협력을 원하고 있으며 마크롱 대통령과 나는 기후 변화가 인류의 재앙이라는 공통된 견해를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존슨 총리는 이날 G20 정상회의 기념사진 촬영 현장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지만,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두 사람은 이란 핵 문제 논의를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4개국 정상이 만났을 때도 얼굴을 마주했다.

영국은 EU에서 탈퇴한 뒤에도 프랑스 등 EU 국가 어선이 영불해협에 있는 영국령 저지섬 주변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영국 영해에서 조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영국과 저지섬 당국은 지난달 조업권 연장 심사에서 갑자기 외국 선박의 어업권을 대거 축소했고, 이에 프랑스는 협정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 선박에 어업권을 주지 않으면 영국 어선의 항구 상륙 금지, 영국 상품 국경 검사 강화, 영국 선박 보안 검사 강화와 같은 보복 조치를 다음 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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