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리가 어설펐다"…마크롱 만나 '오커스 갈등' 봉합
바이든 "프랑스만큼 충실한 동맹 없어"…마크롱 "이런 일 없어야"
장소도 바티칸 내 프랑스 대사관…한껏 몸 낮추며 마크롱 달래기
(워싱턴·파리=연합뉴스) 백나리 현혜란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영국·호주와의 안보동맹 '오커스'(AUKUS) 창설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봉합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로마를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 "우리가 한 일은 어설펐다. 품위있게 처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커스 창설로 프랑스가 뒤통수를 맞았다며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던 일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사실상 사과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프랑스만큼 오래되고 충실한 동맹이 없다"고도 했다. 이어 "프랑스는 극도로, 극도로 가치 있는 파트너"라며 한껏 몸을 낮췄다.
먼저 발언에 나선 마크롱 대통령은 "나에게 있어서 우리가 반드시 봐야 하는 것은 미래"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와 미국이 이미 공동의 작업을 시작했다면서 무기수출, 원자력 및 재생 에너지, 우주, 혁신적 기술 등 여러 분야에 있어서 양자간 강화된 협력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커스 사태 같은 상황이 또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는 "우리는 신뢰 구축 과정에 있다"고도 했다.
양국 간 협력을 강조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화해 제스처에 화답하면서도 뼈 있는 말을 던진 셈이다.
이날 회담은 바티칸 주재 프랑스대사관에서 이뤄졌다. AP통신은 백악관의 양보에 따라 프랑스가 회담을 주관한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오커스 갈등 이후 대면한 건 처음이다.
지난 9월 15일 미국이 영국, 호주와 오커스를 창설하고 대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자 프랑스는 미국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며 격하게 항의했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보유 지원을 공개 천명하면서 호주와 맺었던 프랑스의 잠수함 건조 계약이 어그러진 탓이다.
충분한 상의 없이 전격적으로 발표된 오커스 창설에 뒤통수를 맞은 프랑스는 일방적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떠오른다고까지 비난, 오랜 동맹인 미국과 프랑스 사이에 보기 드문 균열이 공개 노출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랴부랴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를 하는 한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프랑스에 보내 마크롱 달래기에 나섰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의 대면이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회담 일정 등을 소화하다가 1시간 이상 늦게 회담장에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G20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과 마리오 드라기 총리와도 각각 회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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