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메르켈, G20서 바이든 등 만날 때 차기 총리 대동
메르켈 국제정치무대서 16년만에 고별…'역사적 제스처'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16년 임기 중 마지막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과의 양자 회담에 차기 총리를 대동한다.
독일 정계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오는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다른 정상들과의 마지막 양자 회담에 동석할 것을 올라프 숄츠 차기 총리 후보에게 제의했다고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중도 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U) 소속인 메르켈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기민당을 누르고 제1당이 된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소속 숄츠 총리 후보에게 다른 정상들과의 단독 면담에 함께하자는 제의를 한 것을 두고 '역사적 제스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숄츠 총리 후보는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현 대연정에서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 재직 중이어서 G20 정상회의에 관례대로 수행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공식 회담뿐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 등과의 양자 단독회담에 동석을 제의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먼저 바이든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한 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이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다른 정상들과 양자회담도 예정돼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처음 대면으로 열리는 이번 G20 정상회의는 메르켈 총리에게는 국제 정치무대에서 고별하는 자리가 된다.
G20 정상들은 메르켈 총리가 후임 총리 후보를 대동하는 데 대해 G20 협의의 연속성에 대한 방증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SZ는 전했다.
지난달 26일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사민당은 현재 기후변화 대응을 기치로 내세운 녹색당,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과 '신호등'(사민당-빨강·자민당-노랑·녹색당-초록) 연정 협상을 진행 중이다.
11월 말까지 협약 체결을 마무리하고 오는 12월 6일에는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가 총리에 취임하는 게 목표다.
숄츠 총리 후보를 G20 무대에 후계자로 대동하면서 메르켈 총리는 녹색당과 자민당에 빠른 연정 협상을 압박하는 셈이라고 SZ는 지적했다. 만약 신호등 연정협상이 실패한다면 국제무대에서 독일의 위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압박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목표 합의,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배분, 글로벌 공급사슬과 에너지 가격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SZ는 전망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디지털세 합의안도 공식 추인된다. 독일은 디지털세 도입으로 연 78억 유로(약 10조6천억원)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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