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명문대와 각세우는 멕시코 대통령…"본질 잃고 우경화"
모교인 UNAM 연일 비판…반발한 학생·교직원 파업 시위 움직임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대통령이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최고 국립대를 향해 연일 비판을 쏟아내며 각을 세우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멕시코 언론들에 따르면 안드레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일일 기자회견 자리에선 최근 며칠간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우남)가 계속 거론됐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 21일 "(이전 보수 정권에서) UNAM이 개인주의적으로 변하고 신자유주의 프로젝트의 옹호 기관이 됐다"며 "교육기관으로서의 본질을 잃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후 매일 관련 질문이 이어졌고, 대통령은 "UNAM이 신자유주의 정권 기간 우경화됐다", "사회과학 교수진이 보수주의자들도 가득 찼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1910년 설립된 UNAM은 주요 대학 평가에서 멕시코뿐 아니라 중남미 전체 상위에 오르는 명문대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도 1973∼1976년 이곳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맹공에 UNAM은 최근 성명을 내고 "다양한 정치적 입장과 모든 이들의 의견을 언제나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직원과 학생, 동문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일간 엘우니베르살에 따르면 UNAM 연구자 등은 그동안 정부 정책과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연구 작업 등이 꾸준히 이뤄져 왔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내달 4∼5일 파업 시위에 나서겠다는 움직임도 대학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일간 밀레니오 등은 보도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갑자기 UNAM을 비판하고 나선 배경은 분명치 않다.
대통령은 28일 회견에서 UNAM을 개혁하거나 자치권을 훼손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멕시코 대통령이 일일 기자회견에서 특정 세력이나 단체 등을 겨냥한 일은 이전에도 많았다.
AFP통신은 "페미니스트와 중산층에 이어 멕시코 최대 대학이 대통령의 공격을 받고 있다"며 "UNAM이 정치인, 기업인, 환경운동가, NGO 등과 더불어 대통령의 비판 타깃이 됐다"고 표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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