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금지조약 외면' 日정부, 28년째 핵무기 폐기 결의안 발의
유엔총회 제1위원회 152개국 찬성 통과…올 12월 총회 채택 전망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매년 발의하는 핵무기 폐기 결의안이 올해도 유엔 총회의 제1위원회(군축)를 통과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군축을 담당하는 유엔 총회 제1위원회는 27일(현지시간) 회의에서 일본이 발의한 핵무기 폐기 결의안을 채택했다.
일본이 주도한 핵무기 폐기 결의안이 유엔 총회 제1위원회에서 채택된 것은 28년째다.
미국, 영국 등 57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린 올해 결의안 표결에서는 지난해보다 13개국 많은 152개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핵 보유 5대국 가운데는 미국, 영국, 프랑스가 찬성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했다.
제1위원회를 통과한 이 결의안은 올 12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전쟁 당시인 1945년 미국의 원폭 공격을 받아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 된 일본은 핵무기 보유·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을 거부하면서도 매년 핵무기 폐기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결의안에서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자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미국을 배려해 올해 1월 발효된 핵무기금지조약을 언급하지 않은 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는데 다양한 접근법이 존재하는 점과 모든 (유엔) 회원국의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유의한다"고 표현하는데 그쳤다.
특히 핵무기금지조약이 강하게 경고하는 '핵 사용으로 인한 괴멸적인 인도(人道)상의 결말'에 대해서도 2019년 결의안부터 '깊은 우려'에서 후퇴한 표현으로 사용된 '인식한다'는 표현을 유지했다.
핵보유국인 미국이 핵무기금지협약에 반대하고 있음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올해 제출한 핵무기 폐기 결의안과 관련해 핵무기금지조약을 주도한 나라들로부터는 핵무기 근절에 대한 결의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28일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이 결의안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핵무기 보유국과 비보유국을 이어주고 각국이 일치된 입장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통 기반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관점에서 이 결의안이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를 포함한 여러 나라의 폭넓은 지지를 얻어 채택된 것은 큰 의의가 있다"며 결의안을 토대로 내년 1월 개최될 예정인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운용검토회의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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