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먹는 하마' 아베마스크…8천300만장 창고서 '낮잠'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기에 행해진 최악의 세금낭비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아베 마스크'가 정권이 2차례나 바뀌었지만 계속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에선 '아베노마스크'(アベノマスク)로 불리는 이 마스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초기에 정부가 주문 제작해 작년 4월부터 무료로 배포한 천 재질의 마스크다.
전국의 모든 가구에 2장씩 우편으로 배송되고 복지시설, 노인요양시설 등에도 공급됐다.
아베마스크를 주문 제작해 배포하는 데는 총 497억엔(약 5천12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아베 당시 총리는 마스크 품귀 사태가 심화하던 상황에서 빨아서 여러 번 쓸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고, 한때 일각에선 꽤 근사한 아이디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배송 지연, 품질 결함, 허접한 디자인, 작은 사이즈, 얇은 끈으로 인한 귀의 통증 등 수많은 문제점이 잇따라 지적되면서 이내 일본 국민의 외면의 받았다.
아베 전 총리 본인도 처음에는 아베마스크를 착용하다가 슬그머니 다른 일반 마스크로 갈아 썼다.
28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회계검사원(한국 감사원 격)이 아베마스크 실태를 조사해 보니 그간 일본 정부가 사들인 아베마스크는 총 2억8천700만 장에 달했고, 이중 약 30%인 8천300만 장이 올 3월 현재 창고에 처박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고에 보관된 8천300만 장을 조달 비용(평균단가 약 140엔)으로 환산하면 115억1천만엔(약 1천200억원)어치라고 한다.
그러나 시중에서 품질 좋은 마스크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찾는 사람이 거의 사라져 아베마스크는 그야말로 처치가 곤란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선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사들인 자산이어서 폐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소관 부처인 후생노동성은 마스크 품귀 사태가 해소된 후로는 시설 공급용으로 사들인 아베마스크도 원하는 곳에만 배포하는 정책으로 전환했으나 수요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난 재고 물량은 세금을 계속 축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업무를 위탁한 일본우편 등에 아베마스크 보관 비용으로 약 6억엔(약 60억원)을 줬고, 올해에도 수억엔의 보관료를 추가로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소자키 요시히코(磯崎仁彦) 관방부(副)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아베를 계승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에 이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현 내각에서도 논란을 일으키는 아베마스크와 관련해 "조달 등에는 특별히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창고에 보관된 잉여분의 활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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