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침공우려 속 대만군은 훈련 중 낙엽 쓸고 잡초 뽑아"(종합)
WSJ 보도…오랜 평화기에 느슨해졌다 분석
입대 넉달 뒤 전역…예비군도 기강해이 속 '놀자판'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중국의 잇따른 무력 시위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침공에 대한 대만군의 방어 태세와 역량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설기사를 통해 대만군이 중국을 막아낼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지 않다며 대만군의 역량에 의문을 제기했다.
신문은 대만 군인·군 관계자 등 의견을 종합해 그간 평화와 번영기에 누적된 군 내부의 문제 때문에 억지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대만 현역군인 자체가 2011년 27만5천명가량에서 현재 18만8천명가량으로 줄었다.
매년 8만명을 새로 징병한다. 그러나 의무복무 기간이 애초 2년이었으나 기초훈련 4개월 뒤 예비군에 편입되는 식으로 바뀌었다.
예비군에는 220만명이 편성돼 있으나, 훈련이 1∼2년에 한 번씩 진행돼 역량 유지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WSJ은 대만 군의 기강 해이와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군 복무를 마친 한 대만 20대 남성은 "4개월 훈련 중 잡초를 뽑고, 타이어를 옮기고, 낙엽 쓸었다"면서 "사격술 외 대부분 교육이 무의미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군을 '딸기군'이라 부르며 군이 정말 중국군을 막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딸기군'이란 1981년 이후 출생한 청년층을 뜻하는 말로, 무기력해 힘든 일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상처받는 경향을 표현한 '대만 딸기 세대'에서 차용한 용어다.
한 예비군은 "훈련 중 미국 전쟁 영화를 봤다"고 밝혔으며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는 예비군도 있었다.
대만 감사 기관, 국방부 내부 문건에도 "일부 예비군이 '그저 시간만 보내자'하는 태도를 보인다", "끝없는 비리와 부실관리로 청년의 입대의지가 꺾였다"라는 등 내용이 담겼다.
신문은 대만 내 '위기 시 미국이 나설 것', '미국 등 국제 사회 압력 탓에 중국이 침공하지 못할 것' 등의 시각이 팽배한 것이 기강이 해이해진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일부 군사전문가는 대만이 이스라엘을 모델로 삼아 군조직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남자는 2년 반, 여자는 2년 가까운 기간 군에서 의무 복무해야 하는 방식을 받아들여 국방력을 강화하라는 조언이다.
이스라엘 인구는 대만의 절반도 안 되지만 연간 국방지출은 220억달러(약 26조원) 정도로 대만(130억 달러 정도)을 상회한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은 "군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기강 해이와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는 WSJ의 보도를 반박했다.
추궈장 국방부장은 "해외 매체 보도에 주눅들 필요가 없으며, 필요하지도 않다"며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국방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대만의 정규군은 16만9천200명으로, 18만8천명의 약 90%를 채워졌다. 여기에 학생과 민간 직원 등을 합치면 21만5천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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