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에 불륜 헛소문까지…日총선서 시달리는 여성 후보
영국 가디언 진단…여성의원 비율 G7 꼴찌인 9.9%
성추행·남성동료 괴롭힘도 빈발…"정치를 중노년 남성 전유물로 인식"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오는 31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여성 후보들이 성차별, 성추행 피해에 한숨을 짓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야스다 마리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들어가 보는 게 두렵다면서 "그들은 내가 권력층 남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헛소문을 퍼트리고, 사무실로 폭언을 퍼붓는 전화를 걸어온다"면서 "이메일로도 내 외모를 언급하면서 데이트를 하자고도 하는 남자들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번 선거에서 여성 후보가 주목받는 배경 중 하나는 '후보자 남녀 균등법'이 시행된 후 치르는 첫 번째 총선이라는 점에서다.
2018년 시행된 이 법은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 선거 때 남녀 후보자 수를 되도록 균등하게 하도록 각 정당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 출마한 1천51명(비례대표 포함) 중 여성 후보 비율은 17.7%로 직전 2017년 10월 총선(17.8%)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가디언은 이런 총선 분위기로 볼 때 "정치적 영역에서는 유리천장이 더 두꺼워졌다는 우려를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이 여성 출마자 비율이 저조한 것은 일반인들이 정치권을 바라보는 인식과 무관치 않다.
야스다는 "유권자가 일상에서 정치를 밀접하게 느낀다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여성이 당선될 것"이라며 "하지만 대부분 정치를 멀게 느끼며, 일본에서는 정치가 중년층 또는 고령층 남성 같은 '특정층'에 대한 것으로 느낀다"고 꼬집었다.
2015년 당선된 마에다 요시코는 성차별이 소셜미디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전역에서 남성 동료의 괴롭힘에 시달리는 여성 의원의 보고가 들어오고 있으며, 주로 회의 도중 훼방 놓기, 사퇴 종용 등으로 "전형적인 약자 괴롭히기"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의회에 입성한 의원이 적은 상황에서는 정계에 뛰어들려는 여성 후보 또한 위축되기 마련이라고 마에다는 덧붙였다.
일본 특유의 정치 지형 또한 여성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치(上智)대 정치학과 교수인 마리 미우라는 "일본 선거에서는 현직 의원이라는 게 어마어마한 장점이 된다"면서 "이 때문에 자민당이 최대 정당으로 남아 있는 한 의회 구성에는 거의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며, 야당이 승리해야만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민당은 1950년대부터 대체로 집권당 자리를 놓치지 않았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336명의 후보 중 33명을 여성으로 냈다.
전체 465석이 걸린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은 여유 있게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여론 조사에서는 나타났다.
올해 9월 기준 일본 중의원 중 여성 비율은 9.9%로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낮다. 이는 G7 중 두 번째로 낮은 미국(27.6%)에 비해서도 17.7%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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