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홋카이도 기초단체장 선거서 핵폐기물 처분장 유치파 당선
정부 교부금 의존 '마을 경제 살려야' 여론 우세한 결과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최종처분장 유치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던 일본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처분장 유치 추진파가 당선했다.
한국 동해에 면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슷쓰(?都)군 슷쓰 마을(町)에서 26일 가타오카 하루오(片岡春雄·72) 조초(町長·촌장)의 임기 만료에 따른 선거가 치러졌다. 조초는 한국으로 치면 읍장 정도인 단체장이다.
전체 면적 95㎢에 인구가 약 2천800명인 이 마을이 주목받은 것은 6선 도전에 나선 가타오카 현 촌장이 일본의 국가적 현안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최종처분장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손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에 맞서 출마한 에치젠야 요시키(越前谷由樹·70) 전 마을의회 의원은 주민 간 대립을 초래하는 유치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다.
한적한 시골 생활을 즐겨온 슷쓰 주민들은 이 선거 과정에서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팽팽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주민 대다수는 유치 추진을 주장한 가타오카 후보에게 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84.07%의 주민이 투표한 참가한 가운데 가타오카 후보가 1천135표, 에치젠야 후보가 900표를 얻어 유치 추진을 지지한 주민이 235명 많았다.
이에 따라 슷쓰 마을에서 최종처분장 선정을 위한 1단계 절차로 작년 11월 시작된 문헌조사가 계속 진행될 수 있게 됐다.
슷쓰 마을은 지난해 10월 일부 주민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가타오카 촌장 주도로 문헌조사에 응모했다.
일본 정부가 향후 20년 과제로 추진 중인 최종처분장 선정은 처분장으로 적합한지 기존 데이터와 논문으로 살펴보는 2년간의 문헌조사, 실제로 지면을 채굴해 보는 4년간의 개요조사, 지하시설을 만들어 지진 위험성 등을 확인하는 14년간의 정밀조사를 거치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는 해당 지자체에 막대한 교부금을 준다.
문헌조사에 응모하면 최대 20억엔(약 200억원), 개요조사는 최대 70억엔(약 700억원)의 교부금을 받을 수 있다.
찬성파는 처분장 유치 추진을 통해 인구 감소로 쇠락해 가는 마을의 회생을 도모하자는 가타오카 촌장의 주장을 지지한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같은 이유로 슷쓰에서 북쪽으로 약 40㎞ 떨어진 가모에나이(神??) 마을도 문헌조사에 응모해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슷쓰 마을의 문헌조사는 이르면 내년 끝날 예정이다.
2단계인 개요조사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주민투표를 다시 해야 해 일본 정부가 장기 과제로 추진하는 국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최종처분장 유치 추진을 내걸고 6선을 이룬 가타오카 촌장은 "표 차가 매우 적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주민과 대화하며 새롭게 핵폐기물 공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고 해서 문헌조사에 대한 주민의 이해를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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