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오겜 놀이 즐기며 '한국 동심'에 젖은 뉴요커들
관광공사 주최 행사에서 달고나, 딱지치기, 무궁화꽃 놀이 즐겨
韓문화 팬 많아…"한국 미디어 창의적", "한국이 혁신을 창조중"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세계 문화의 수도로 불리는 미국 뉴욕에서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이 드라마를 보는 시민이 목격되는가 하면, 드라마 속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에는 예상 이상의 인파가 몰리고 있습니다.
일요일인 24일(현지시간) 뉴욕시 맨해튼 유니언스퀘어에서 뉴욕한인회 주최로 열린 '2021 코리안 페스티벌'에 설치된 달고나 뽑기 체험장에 줄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이틀 뒤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가 맨해튼 일원에서 진행한 '오징어 게임과 함께하는 뉴욕 속 한국여행' 행사는 현지인들이 드라마에서처럼 한국의 어린이 놀이로 승부를 겨루는 서바이벌 방식이어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80명의 참가자를 모집하는데 일주일 만에 3천 명 넘는 신청자가 몰려 미리부터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26일 정오께 세계 5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앞에 모인 참가자는 드라마 속 게임 참가자와 똑같은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이 미술관 한국실과 뉴욕한국문화원, 코리아타운 등을 둘러보며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문화원에서 전시 중인 '한국 영화배우 200인 사진전'에서 드라마 주연 이정재의 사진에 열광하며 그 앞에서 단체로 포즈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비 예보 탓에 실내 행사장인 '스튜디오 525'에서 오후 4시를 넘겨 시작된 본 게임의 시작은 달고나 뽑기였습니다.
역시 드라마와 비슷한 복장의 진행요원이 손에 든 빨강, 노랑, 하늘색, 녹색 안내판 앞에 각각 줄을 선 참가자들에게 네모, 세모, 별, 우산 등 4가지 모양의 달고나가 주어졌습니다.
가장 어려운 우산 모양을 받아 든 참가자 사이에서 탄식의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선택을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드라마 속 성기훈(이정재 분)처럼 혀로 달고나를 핥거나 라이터로 바늘을 달궈 조심스럽게 떼어내는 참가자도 눈에 띄었습니다.
제한 시간을 1분도 남기지 않았을 무렵 갑자기 행사장 한쪽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한 참가자가 우산 모양 달고나를 그대로 떼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었습니다.
크리스(26)라는 이름의 이 참가자는 "너무 긴장됐다. 내가 해냈다"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8분 동안 혀로 핥아 성공할 수 있었다"고 비결을 밝혔습니다.
두 번째 게임인 딱지치기에 미국의 어른들이 열중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제법 그럴듯한 폼으로 상대방의 딱지를 뒤집는 참가자도 있었지만, 힘만 잔뜩 들어가 엉뚱한 곳을 때리는 참가자도 많았습니다.
여러 참가자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속 게임으로 꼽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도 이날 행사에 포함됐습니다.
드라마에서처럼 총을 난사하는 로봇은 없었지만 놀이에 몰입돼 행여나 구호가 끝난 뒤 움직이게 될까 봐 조심스럽게 발을 떼는 참가자가 많았습니다.
최종 우승을 차지해 한국행 왕복 항공권을 받은 찰스라는 이름의 남성 참가자는 "너무 재미있었다"며 "옛날 학교 게임이 너무 즐거웠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날 행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문화가 미국의 중심부에도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줄리아 린치 씨는 연합뉴스에 "한국 문화의 모든 것에 푹 빠져있다"며 영화 '기생충'과 '부산행', 넷플릭스의 또 다른 한국 드라마 '인간수업'을 재미있게 봤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미디어는 다른 문화권보다 더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다"면서 "미국 드라마의 플롯은 진부하지만 한국 드라마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우승자인 찰스도 "한국은 문화와 미디어, 다른 수많은 산업에서 고속 발전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혁신을 창조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가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고 칭찬했습니다.
'오징어 게임' 속 놀이가 세계인의 동심을 보편적으로 자극했음을 시사하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뉴욕 여행 중 우연히 이날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이스라엘 남성 왈리 아삼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가장 재밌다면서 "어렸을 때 비슷한 놀이를 했다"며 "드라마에서 본 대부분의 게임이 그렇다"라고 말했습니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