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ㆍ텐센트, NFT를 '디지털 수집물'로 바꿔 부르는 이유는

입력 2021-10-26 11:20
알리바바ㆍ텐센트, NFT를 '디지털 수집물'로 바꿔 부르는 이유는

중국 당국의 기술기업 규제 상황서 주목…"잠재적 갈등 회피 목적"

가상화폐 단속 당국, NFT엔 입장 안밝혀…관영 언론은 '버블' 경고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당국이 가상자산의 잠재적 '버블(거품)' 가능성을 주시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거대 기술기업인 알리바바(阿里巴巴) 그룹과 텐센트(騰迅·텅쉰) 그룹이 자사의 대체불가토큰(NFTㆍNon Fungible Token) 상품을 '디지털 수집물(digital collectibles)'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26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알리바바 그룹 금융 계열사 앤트 그룹의 전자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는 디지털 그림과 고미술품의 가상 버전을 포함한 자사의 NFT 예술 상품을 디지털 수집물로 호칭했다.



앤트 그룹의 블록체인 기술 플랫폼인 앤트 체인 관계자는 "앤트 그룹은 디지털 수집물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어떤 형태의 불법적인 활동에도 확고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의 중고거래 플랫폼인 '시앤위'에는 NFT로 검색하면 아이템을 찾을 수 없다. 대신 디지털 수집물로 검색을 하면 10개 가까운 아이템이 나온다.

앞서 알리페이는 지난 6월 처음으로 둔황미술연구소와 협력해 앤트체인 기반 NFT를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여러 차례 NFT 상품을 내놓았다.

둔황미술연구소 소장 예술품을 바탕으로 제작한 NFT 작품은 두 종류로, 각각 8천 개씩 한정 발행됐다.

이들 NFT는 1개당 '앤트 적립 포인트 10개+ 9.9 위안'에 판매됐으며, 완판된 상태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 것이다. 영상·그림·음악 등을 복제 불가능한 콘텐츠로 만들 수 있어 신종 디지털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최대 기술기업인 텐센트(騰迅·텅쉰)의 NFT 거래 플랫폼인 '환허(Huanhe, 幻核)'도 NFT 대신 디지털 수집물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텐센트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어떤 불법적인 활동에도 관용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NFT에 대한 명칭 변경은 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하는 중국 당국과의 갈등 가능성을 피하려는 선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전문가인 콜린 위는 "중국 규제 당국은 NFT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으며, NFT 시장 문제에 대해 기술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가상화폐는 불법으로 규정, 거래와 채굴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으나, NFT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증권시보(證券時報)는 지난달 NFT의 버블 가능성을 경고하는 기사를 실었다.

당시 증권시보는 "NFT 거래에 거품이 껴있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NFT 구매자의 대부분은 작품 자체의 가치보다는 자산 형성을 위해 구매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앤트 그룹의 상하이 증시와 홍콩증시 기업공개(IPO)를 불허한 것을 신호탄으로 거대 기술기업에 대해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 마윈(馬雲)이 이끄는 핀테크 기업 앤트 그룹은 지난해 11월 초 상하이증시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해 사상 최대규모인 약 340억 달러(38조3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중국 당국의 갑작스러운 제동으로 IPO가 무산됐다.

이어 중국 당국은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이 지난 6월 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자 지난 7월 중순부터 '국가 데이터 안보 위험 방지, 국가 안보 수호, 공공이익 보장' 등을 이유로 '인터넷 안보 심사'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기술기업에 대한 전방위 규제 및 압박과 관련해 정보와 데이터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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