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축출 수단서 또 쿠데타…정부 해산·총리구금(종합3보)
합동군, 비상사태 선포…"2023년 7월 총선 치를 것"
인터넷 끊고 공항 폐쇄·시위대에 총격도…국제사회 "총리 석방" 목소리
(카이로·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김연숙 기자 =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2019년 쿠데타로 30년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축출했던 군부가 2년여 만에 다시 쿠데타를 감행했다.
군부가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 지도자들을 구금하고, 완전한 민정이양을 위해 민간과 군이 참여해온 주권위원회까지 해산하면서 수단 정국 정상화는 극히 불투명해졌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수단 군부는 이날 새벽 쿠데타를 일으켜 압달라 함독 총리를 포함한 과도정부 각료들과 주권위원회에 참여해온 민간인 위원들을 체포했다.
또 군 당국은 인터넷을 끊고 수도 하르툼으로 향하는 다리를 차단했으며, 하르툼 공항도 폐쇄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은 국영TV를 통해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주권위원회와 과도정부 해산 및 비상사태 선포를 선언했다.
부르한 장군은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축출한 2019년 4월 쿠데타의 주역으로, 그동안 주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민정이양 논의에 참여해왔다.
그는 각 정파 간의 치열한 싸움과 폭력 선동이 군부의 정치개입을 유발했다면서 정치권에 책임을 넘겼고, 2023년 7월 총선을 통해 완전한 민정 이양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수단 정보부는 군부 측이 쿠데타 지지 성명을 발표하도록 함독 총리를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함독 총리는 가택연금 상태에서 대국민 성명을 통해 혁명을 평화적으로 지키기 위해 저항할 것을 촉구한 뒤 모처로 끌려갔다고 정보부는 전했다.
일부 시민은 하르툼 거리에서 타이어를 불태우며 반쿠데타 시위를 벌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국민이 더 강하다. 후퇴는 없다"고 외쳤다.
군부는 시위대를 겨냥해 총격을 가했고, 이 과정에서 최소 12명이 부상했다고 수단 의사단체가 밝혔다.
수단은 2019년 4월 군부 쿠데타로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축출했다. 이후 군부와 야권이 연합해 '통치위원회'를 구성했으나 혼란이 이어져 왔다.
군부와 야권이 합의로 구성한 과도정부는 완전한 민정 복귀를 위한 작업을 주도했으며 2024년 총선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알-바시르 정권 당시부터 이어져 온 경제난에 과도 정부에 참여한 각 정파 간의 분열로 정치, 경제, 사회적 불안정은 계속되고 있어, 3년간의 과도 통치 기간에 의회를 구성하기로 한 합의가 지켜지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5일에는 쿠데타 시도도 있었다.
지난 16∼17일에는 수천 명의 시민이 대통령궁 앞에 모여 군부 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에게 쿠데타를 실행해 무능한 정부를 끌어내리라고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총리실 당국자는 군당국이 불안을 유도하고 이 위기를 쿠데타의 기회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주말에는 제프리 펠트먼 미국 동아프리카 특사가 군과 민간 지도자들을 만나 갈등 봉합을 시도하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펠트먼 특사는 "쿠데타 소식에 매우 놀랐다. 이번 사태는 헌법 선언과 수단 국민의 민주화 열망에 반하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과도 정부를 강제로 바꾸려는 시도는 미국의 지원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수단 군부에 구금된 함독 총리와 정부 관리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트위터에 극도의 우려와 함께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썼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나빌라 마스랄리 대변인은 "EU는 수단 군부가 (압달라) 함독 총리를 가택연금하고 다른 민간 지도자들을 구금했다고 전해진 데 대해 매우 우려한다"면서 신속히 이들을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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