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초유의 전국망 마비…경로설정 오류 탓(종합3보)
오전 11시20분부터 1시간 25분 대혼란…아현화재 후 3년 만에 대형사고
KT "국민께 불편 끼쳐 죄송"…원인 설명 한때 오락가락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정윤주 기자 = 25일 오전 11시 20분께부터 KT[030200]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에 1시간 넘게 장애가 발생했다.
이동통신 1천750만명, 초고속인터넷 940만명, 시내전화 1천2만명, 인터넷전화 317만명, IPTV 900만명 등 전국의 KT 가입자 4천900만여명(중복 포함) 중 상당수가 서비스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장애는 KT의 유·무선 인터넷 전국망에 걸쳐 낮 12시 45분께 복구 조치가 완료되기까지 약 1시간 25분간 이어졌다. 특히 정오께까지 약 40분간은 서비스 대부분이 마비됐다.
◇ 인터넷 기반 서비스 '먹통'
전화와 인터넷에 가입한 개인뿐만 아니라 카드결제기를 쓰는 소상공인과 업무용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기업과 학교도 혼란을 겪었다.
PC와 모바일 모두 인터넷 검색이 되지 않았고,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신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상 생활과 회사 업무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증권거래시스템이 중단되는가 하면 점심시간에 상점 결제시스템과 배달 앱도 작동하지 않아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점심시간 안팎에 음식점 등 상점가 결제와 증권거래 등이 '먹통'이 되면서 전국에서 불편이 속출했다.
일선 병·의원과 약국에서도 진료와 수납 관련 시스템 접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온라인으로 치러지는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8강전이 중단됐고, 원격 수업도 접속 오류가 발생하는 등 전국 12개 교육청 7천700여개 교육기관이 인터넷 서비스에 불편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가입자는 음성 통화마저 되지 않는 등 장애가 확산했다. 고객센터도 연결이 되지 않아 고객 불편이 더해졌다.
정오께를 전후해 대부분 인터넷 서비스가 정상을 찾았지만, 일부 지역에선 복구가 좀 더 늦어졌다.
◇ 네트워크 장비 설정 오류 탓…한때 '디도스'라며 해명 오락가락
KT는 사태 초기에 '디도스(분산 서비스 거부·DDoS) 공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가 2시간여 만에 네트워크 장비 설정 오류에 따른 장애로 드러났다고 입장을 정정했다.
KT는 오후 2시께 2차 공지에서 "초기에는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으나,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며 "정부와 함께 더욱 구체적인 사안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통신 장애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는 KT가 정오께 1차 공지에서 "오전 11시께 네트워크에 대규모 디도스 공격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던 내용을 정정한 것이다. KT는 당시 "위기관리위원회를 즉시 가동, 신속히 조치하고 있다. 빠른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아현 화재 3년만에 또 대형사고…'인재' 비판 나와
KT는 2018년 11월 24일 KT 아현지사 통신구(케이블 부설을 위해 설치한 지하도) 화재에 이어 약 3년 만에 또 대규모 네트워크 사고가 일어남에 따라 통신망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이번 사고는 화재와 같은 외부 요인 없이 라우팅 오류가 1차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되는 등 '인재'일 가능성도 크다.
이번 사고는 악영향이 수도권 일부에 집중됐던 2018년 화재와 달리 전국 곳곳에서 장애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사고 위기경보 '주의'를 발령한 뒤 이번 사고에 대한 심층 조사에 착수했다.
josh@yna.co.kr,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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