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화ㆍ코로나19 속 中 노인층, 전자상거래 '황금소비층' 부상
징둥 보고서 "실버세대 구매액 1년 전보다 5배 늘어"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인구의 노령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의 여파로 중국의 노인층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황금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25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은퇴 노인인 주정후이(67ㆍ여)는 하루 평균 3시간씩 온라인 쇼핑을 위해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주 씨가 주로 전자상거래를 통해 구매하는 제품은 식료품과 가정용품 이외에 의류, 건강 관련 제품들이다.
그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微信·웨이신)의 대화방을 통해 친구들과 쇼핑 관련 정보를 교환한다.
주 씨는 "온라인 쇼핑을 통해 구매하는 제품들의 질이 슈퍼마켓을 통해 사는 제품의 질보다 좋다"면서 "매일 매일 뭘 살지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주 씨처럼 오프라인 시장 대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물품을 구매하는 노인층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 제2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둥(京東·JD닷컴) 그룹이 지난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전까지는 젊은 층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주요 소비층이었으나 2020년부터 흐름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대도시에 거주하는 부유한 노인층들이 온라인 쇼핑 시장의 황금 소비층으로 부상한 것이다.
징둥은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자사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은발세대(실버세대)'의 구매액이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다섯 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와 노인층의 인구증가, 중국 정부의 디지털 경제 활성화 정책 등이 맞물린 결과다.
중국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인구 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을 기준으로 중국의 퇴직 연령인 60세 초과 인구가 2억6천4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7%를 차지한다.
제1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21∼2025) 기간에 60세를 초과하는 인구는 매년 1천만 명씩 늘어나는 등 중국 인구의 노령화는 가속할 전망이다.
노령화와 함께 인터넷을 사용하는 중국의 노인층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중국의 60대 이상 노인층은 1억2천330만 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3월 기준 인터넷 사용 60대 이상 노인층 6천60만 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중국 노인층이 급증한 데는 '은발경제(실버경제)'라고 불리는 노인층의 소비활동을 촉진하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의 영향도 크다.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황금 소비층으로 부상한 노인들을 배려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콩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는 도리스 펑 씨는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은 노인층들을 위해 애플리케이션(앱)과 웹사이트의 디자인을 간편하게 하는 등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도 지난 4월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에 노인층에 진화적인 방향으로 앱과 웹사이트를 수정하도록 지침을 내린 바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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