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노익장상' 거절한 95세 영국 여왕의 노익장

입력 2021-10-25 13:00
[월드&포토] '노익장상' 거절한 95세 영국 여왕의 노익장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하루 입원했던 소식이 전해지면서 95세 고령인 여왕의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버킹엄궁 발표에 따르면 여왕은 20일(현지시간) 오후 검사차 입원했다가 21일 점심에 퇴원해서 윈저성으로 돌아간 뒤 가벼운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여왕은 의료진 권고로 북아일랜드 1박 2일 방문 일정을 취소했으며 최근엔 공개석상에 지팡이를 짚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영국 언론들은 최근 여왕의 촘촘한 일정을 전하며 "그럴 만도 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여왕은 1일에는 아들인 찰스 왕세자와 함께 스코틀랜드 여름 별장 밸모럴성에서 나무를 심고 초등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이는 내년 즉위 70주년을 앞두고 나무 심기를 권장하는 행사였습니다.

다음 날엔 100마일 떨어진 에딘버러로 이동해서 스코틀랜드 의회 개회식 연설을 했습니다. 스코틀랜드에 애정을 표하며 독립 움직임이 있는 스코틀랜드를 다독였습니다.



6일엔 화상으로 그리스 등 2개국 외교관들의 신임장을 받은 뒤 윈저성에서 캐나다 왕립 포병연대 1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보리스 존슨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이튿날엔 버킹엄궁에서 영연방경기대회(코먼웰스 게임) 시작을 알리는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12일에 재향군인회 100주년 기념 예배 참석차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방문했는데 이때 2004년 무릎 수술 이후 처음으로 지팡이를 짚었습니다.



13일엔 버킹엄궁에서 피아니스트 이모젠 쿠퍼에게 여왕 음악상을 전달했습니다.



14일엔 웨일스에 5년 만에 방문해서 의회에서 연설했습니다. 여왕은 이날 대화 중에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여왕은 31일부터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에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16일엔 버크셔 아스코트 경마장을 방문하고 18일엔 뉴질랜드 신임 총독을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입원 전날인 19일엔 버킹엄궁에서 일본과 유럽연합(EU) 대사의 신임장을 받고 저녁엔 윈저성에서 주최한 글로벌 투자 정상회의 리셉션에서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 빌 게이츠 등을 만나서 지팡이 없이 약 1시간 서 있었습니다.

여왕과 측근들은 여왕이 기운이 빠진다고 느끼면 행사장에서 빨리 빠져나오도록 암호를 정했지만, 암호는 쓸 일이 없었다고 더 타임스는 24일 전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여왕은 혼자 식사하기 싫어서 점심, 저녁에 가족, 친구들을 계속 만났다고 더 타임스가 전했습니다.

여왕과 가까운 소식통들은 "여왕이 진이 빠졌다"고 인정하고 COP26을 앞두고 에너지를 아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쁜 일정은 상당수 여왕 본인의 의향이었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윈저성에 칩거하고 올해 4월 남편 필립공을 떠나보내고선 이젠 밖으로 나와 예전처럼 정상 활동을 하고 싶어했다는 것입니다.

여왕은 최근 한 영국 잡지사가 제안한 '올해의 노익장 상'(The Oldie of the Year)을 거절했는데 그때 여왕의 비서는 잡지사에 보낸 답장에서 "여왕께선 '사람은 본인이 느끼는 만큼 늙는다'고 믿고 있어서 본인은 상을 받을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신다"고 설명했습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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