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아세안, 중국의 반대 요구에도 오커스에 이견"

입력 2021-10-24 14:36
홍콩매체 "아세안, 중국의 반대 요구에도 오커스에 이견"

"중국, 오커스에 대한 아세안의 반대 이끌기 어려워보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을 상대로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협력체)에 반대하라고 요구하지만 녹록지 않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전망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말 아세안 회원국인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오커스가 역내 평화와 안정의 숨은 위험이 된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미국이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오커스가 역내 무기 경쟁을 유발하고 핵무기 확산을 촉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훙샤오융 싱가포르 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 21일 현지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에 게재된 '오커스는 번영이나 안정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오커스는 신냉전 사고의 산물이며 핵 비확산과 관련한 미국의 이중잣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은 오커스에 대해 의견이 다르고, 이 때문에 중국이 아세안에서 합의를 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SCMP는 분석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 중 필리핀과 싱가포르는 오커스에 긍정적이고, 베트남은 조심스러워 보이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우려를 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싱가포르 싱크탱크인 동남아연구소(ISEAS) 산하 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윌리엄 충 연구원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도 자국 내 야당을 의식해 우려를 표한 것이지 사실은 보기보다 오커스에 덜 부정적이라고 봤다.

그는 SCMP에 "말레이시아는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오커스의 수혜자"라며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 이해당사자로서 그간 중국의 위협에 맞서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지난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와 통화하며 언급한 '계속되는 무기 경쟁'에 대한 우려는 오커스만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지칭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아세안은 힘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미국이나 중국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런 가운데 아세안은 역내 문제에서 '아세안의 중심적 역할'이 위협받는 점을 우려한다고 SCMP는 전했다.

이달 초 인도네시아의 한 싱크탱크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베트남 외교아카데미의 응우옌 훙 손 부원장은 "아세안은 이런 일(오커스)이 아세안이 알지 못한 채 코앞에서 왜 일어났는지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세안과 파트너들이 얘기하는 '아세안의 중심적 역할'은 그저 말뿐인지, 정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중요한 것인지 질문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남중국해연구소의 천샹마오 연구원은 중국이 대잠수함 전쟁 역량을 강화하면서 아세안 국가들과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SCMP에 "중국은 아세안에 핵 비확산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하며, 동시에 아세안이 오커스와 유사한 어떠한 동반관계에도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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