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건희' 1년…이재용, 숨고르기 끝내고 '뉴삼성' 속도내나
내일 수원 선영서 조촐한 1주기 추모식 개최…이재용, 메시지 낼지 주목
국정농단 재판·수감생활에 1년간 활동 제약…가석방 후에도 제한적 행보
지배구조 개편·투자·노사관계 등 현안 산적…남은 '사법 리스크'는 부담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1주기(10월 25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주기 추모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삼성그룹 안팎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유족과 사장단 일부만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조촐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 1주기 추모식은 조촐하게…이재용, 메시지 발표 여부 주목
관심은 이 부회장이 새 미래비전에 관한 메시지를 낼지 여부에 쏠려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뉴삼성'을 예고했지만, 그 직후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뜻을 펼치지 못했다.
지배구조 개편, 신사업 투자, 노사관계 등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가석방 이후에도 숨 고르기를 해 온 이 부회장이 '포스트 이건희' 1년을 맞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작년 10월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지난 1년간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 수감생활로 인해 삼성전자 '오너 경영자'로서 제대로 된 경영활동을 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새해 첫 현장경영의 일환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사업장을 방문해 "202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며 '뉴삼성' 혁신을 강조했지만, 이로부터 2주 만에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207일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광복절 직전인 지난 8월 13일 가석방된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른 취업제한 등을 의식한 듯 그간 제한적 행보를 보여왔다.
가석방 당일부터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그간 밀린 경영 현안을 보고 받았지만 지난달 14일 정부 공식 행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향후 3년간 청년 일자리 3만개 창출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대외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 뉴삼성 실현 위한 과제 산적…미국내 제2파운드리 공장부지 결정 임박
이 부회장 앞에는 굵직한 현안들이 쌓여 있다. 뉴삼성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우선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에서는 지난해 이 부회장의 '4세 경영 승계 포기' 선언 이후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집단지배체제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삼성전자와 주요 관계사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 방안과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외부용역을 맡긴 상태다. 이 용역은 올해 하반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사업 부문별로 쪼개진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 EPC경쟁력강화(삼성물산) 등 3개 TF를 아우르는 '통합 콘트롤타워'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BCG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내부 검토를 마치고 이를 토대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지주사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이 깊이 있게 검토될 전망이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규 투자도 조만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그간 총수 부재로 인해 주요 결정이 지연되면서 2017년 9조원을 들인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올해 5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공식화한 170억 달러(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 투자 계획도 인센티브 협상 등의 문제로 아직 최종 투자 지역이 결정되지 않았다.
삼성은 이 부회장 가석방 출소 직후인 지난 8월 말 미래 투자에 대한 큰 그림을 공개했다.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 사업, 5G 차세대 통신, AI, 로봇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의 신규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내달께 직접 미국을 방문해 미국내 제2파운드리 공장 건설 부지를 확정 지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텍사스주 테일러시 의회가 삼성전자에 세제 혜택 등을 주는 지원 결의안을 최종 의결함에 따라 유력 후보지로 떠오른 상황이다.
◇ 연말 사장단 인사·조직개편 방향에 이목 집중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두 번째인 삼성 사장단 인사와 조직 개편도 주목된다. 연말께 발표될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에는 미래 사업에 대한 이 부회장의 구상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무노조 경영'으로 대표되는 이건희 시대 이후의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과제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후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8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사 화합 공동 선언'을 발표하는 등 일부 진전을 이뤄냈다.
삼성전자 노사는 최근 2021년도 임금협상에도 돌입했는데 노조 측은 전 직원 계약 연봉 1천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 25%의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삼성에 회장 직급은 1년째 공석 상태로 남아있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과 이수빈 전 삼성생명 회장은 지난해 1월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지금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총수인 이 부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등 2명만이 삼성에서 부회장 직급을 달고 있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이 부회장이 곧바로 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당시 국정농단 사건 선고를 앞두고 있던 터라 승진 없이 부회장으로 남았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현재 가석방, 취업제한 상태인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더 지금처럼 부회장 타이틀로 그룹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오는 26일로 다가온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1심 선고와 현재 진행 중인 계열사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등 남아 있는 '사법 리스크' 역시 일정 부분 이 부회장의 조기 승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미 명실상부한 삼성 총수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단순히 회장 호칭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승진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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