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서약에 홍콩 민주진영 구의원 55명 자격박탈…미·영 비판

입력 2021-10-22 10:51
충성서약에 홍콩 민주진영 구의원 55명 자격박탈…미·영 비판

충성서약 앞두고 260여명은 자진사퇴…"인권과 자유 침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민주진영 구의원 55명이 홍콩 정부가 새로 도입한 충성서약에 탈락해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홍콩 정부는 전날 구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벌인 마지막 충성서약 결과 16명의 자격을 즉시 박탈한다고 발표했다고 홍콩프리프레스(HKFP)가 22일 보도했다.

이로써 충성서약에서 탈락해 구의원 직을 잃은 이들은 모두 55명으로 늘었다. 모두 민주진영 소속이다.

충성서약은 홍콩 '미니 헌법'인 기본법 준수,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충성, 홍콩 정부에 책임을 다하고 임무에 헌신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별도로 민주진영 소속 다른 구의원 260여명은 충성서약 대신 아예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자격 박탈시 이전까지의 월급과 활동비(약 3억원)를 반납해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스스로 사퇴하는 길을 택한 셈이다.

이에 따라 2019년 11월 구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총 452석 중 392석을 차지했던 야권의 의석수는 약 60석으로 쪼그라들었다. 당시 민주진영은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해 6개월 넘게 거세게 진행된 반정부 시위의 여세를 몰아 압승을 거뒀다.

반정부 시위에 놀란 중국은 이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직접 제정하고 홍콩의 선거제를 뜯어고친 데 이어 입법회(홍콩 의회) 의원 등에 국한 충성서약 대상을 구의원 등까지 확대함으로써 반대파가 정치권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은 홍콩 정부가 홍콩인들의 민주적 권리를 빼앗았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이들 구의회 의원의 충성서약이 무효라는, 홍콩 당국의 자의적 결정에 근거한 선별적인 자격 박탈은 홍콩인들의 의미있는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다"고 비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의 지속적인 침해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은 계속해서 홍콩인과 그들의 권리, 자유를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은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1984년 체결된 이 공동선언은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로도 2047년까지 50년 동안 홍콩이 기존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기본 정신을 담고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홍콩 구의회 의원 55명의 자격이 박탈되고 250명이 넘는 의원이 정치적 이유로 사퇴 압박을 받은 것에 매우 우려한다"며 "홍콩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고 대중이 정치적 대표를 선택하도록 허용해야한다"고 촉구했다.

EU도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홍콩에서 시민의 권리와 정치적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EU가 지지하는 일국양제의 근간"이라며 "EU는 중국이 국제적 약속과 법적 책무에 맞게 행동하고 홍콩의 고도의 자치,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홍콩보안법 시행 후 민주진영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 등 150여명이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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